[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상대적으로 높은 대출금리로 한동안 외면받던 보금자리론이 최근 내 집 마련을 앞둔 금융소비자로부터 다시금 선택받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하더라도 월평균 판매액이 3000억원대에 그쳤는데, 10월부터 2배 가량 늘어났고 11월에는 판매액 1조원도 돌파했다.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인상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경쟁력을 확보한 데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등 대출규제도 적용받지 않는 까닭으로 해석된다.
30일 한국주택금융공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주금공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1조 235억원으로 집계됐다. 보금자리론 판매액이 1조원을 돌파한 건 지난 2023년 12월 1조 7703억원 이후 처음이다.
보금자리론은 일반형 기준 연소득 7000만원 이하 가구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최대 3억 6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정책모기지 상품이다. 대출만기를 10~50년(나이조건 충족시) 중 선택할 수 있으며, 금리도 연 2.65~3.95%에 불과하다. 특히 고정금리형 상품인 덕분에 대출실행 당시 금리가 만기일까지 매월 동일하다. 아울러 일반 시중은행에서 판매 중인 주담대가 원리금균등상환을 조건으로 하는 반면, 보금자리론은 △원리금 균등 △원금 균등 △체증식 분할상환 중 선택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보금자리론은 '특례보금자리론' 판매시점이던 2023년 1월 말부터 지난해 1월 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2023년 3월에는 7조 3761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2023년 5~11월까지 매월 3조원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하지만 특례상품 판매가 종료되고 상품금리가 시중은행 주담대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 5월 판매액은 2832억원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2~3분기(4~9월) 월간 판매액은 평균 3000억원대에 머물정도로 인기가 시들했다. 이 같은 인기 부진은 10월부터 역전됐다. 10월 판매액은 6515억원으로 전달 대비 약 2배 가량 치솟았고, 11월에는 1조 235억원까지 치솟았다.
금융소비자들이 보금자리론으로 다시 몰리는 건 '대출금리'와 '대출규제 예외'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주담대 대비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30년 기준)는 연 3.57~5.59%였던 반면, 보금자리론 금리(30년 만기, 아낌e 기준)는 연 3.15~4.15%에 불과했다. 주요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높게 반영한 탓인데, 보금자리론은 우대금리 조건을 배제하더라도 최고금리가 연 4.15%로 훨씬 유리했다.
앞으로도 보금자리론 금리는 상대적으로 매력적일 전망이다. 주금공은 2월 보금자리론 금리를 0.30%포인트(p) 인하해 30년 만기 기준 연 2.85~3.85%(50년)로 조정했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기조 및 주택저당증권(MBS) 조달금리 하향 안정화 추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주담대 대비 훨씬 낮은 편이다. 지난 29일 4대 은행이 판매하는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5년물 상품의 금리는 연 3.690~5.22%로 집계됐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주택담보대출(혼합)'이 연 3.690~4.090%, KB국민은행의 'KB 주택담보대출'이 연 3.82~5.22%, 신한은행의 '신한주택대출(아파트)'가 연 3.83~5.14%, 우리은행의 '우리WON주택대출'이 최저 연 4.00% 등이었다.
최근 정치권의 입김과 더불어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들이 새해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을 반영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는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은행권 대출금리도 종전 대비 꽤 하락했다. 하지만 보금자리론에 견주면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와 함께 시중은행 주담대에 적용하는 스트레스 DSR 규제가 보금자리론에는 예외라는 점도 수요 증가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부터 스트레스 DSR를 2단계로 강화하면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소득의 40%로 제한했다. 은행에서 수도권지역 주담대를 받을 경우 스트레스 금리가 1.20%p(비수도권 0.75%p)에 달하는데, 오는 7월에는 3단계로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반면 보금자리론에 적용하는 대출규제는 담보인정비율(LTV) 70%, 총부채상환비율(DTI) 60%로 훨씬 느슨한 편이다.
한편 스트레스 DSR가 오는 7월께 3단계로 강화되면 대출한도는 현행보다 최대 1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봉 1억원을 받는 대출자가 30년 만기 주담대를 일으킬 경우 기존 한도는 6억 5800만원으로 추정되지만 3단계로 강화되면 한도가 5억 9400만원까지 줄어든다. 변동형을 택할 경우 한도는 5억 5600만원까지 줄어들어 약 1억원을 덜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