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수 칼럼] 그림자 재정

2025-01-29

주택시장 왜곡하는 전세자금대출(전세보증금보증제도)

2024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보증금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HUG가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제도를 실시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가장 많은 액수라고 합니다.

HUG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3조 9,948억 원으로 전년 3조 5,545억 원 대비 12.4% 늘었다고 합니다. 지난해 보증사고액과 보증건수도 4조 4,896억 원으로 전년보다 3.6% 늘었고 사고건수도 8.2% 증가했다고 합니다. 2023년과 2024년 2년을 합쳐 9조 원에 달하는 보증사고액이 발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위변제액이 늘어난 것은 2022년 전세사기 깡통전세의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대신 갚아주는 HUG의 재정에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HUG는 대위변제액을 집주인에게서 받거나 해당주택을 경매에 넘겨 환수합니다. 문제는 경매에 넘겨도 헐값에 매각되거나 시간도 2, 3년 걸린다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HUG는 2022년 2,428억 원, 2023년 3조 9,962억 원 등 2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2024년도 4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HUG는 신규보증 발급이 멈출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는 자기자본 90배까지 보증서를 내줄 수 있습니다. 이미 2024년 말 자기자본의 132.5배 수준의 보증서를 발급했습니다. 90배를 맞추려면 자기자본을 1조 4,288억 원을 늘려야 합니다. 부채비율도 2022년 35.4%에서 2023년 116.9% 증가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다.

HUG의 전세자금대출보증은 사고가 난 4조 원만이 아닙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선구제 후회수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끌어다 쓰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전세자금대출의 재정적 피해는 금융을 넘어 재정의 일부인 기금까지 사용하게 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물론 이 정책의 옳고 그름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주택시장 왜곡의 주범중의 하나는 주택전세자금대출입니다. 2024년 11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141조 원입니다. 이중 전세자금대출이 200조 원을 넘고 다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100% 보증에 있었습니다. 사고는 주로 전세가의 100%에 달하는 보증을 해준 곳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2023년 5월부터 전세가 대비 90%로 낮추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보증사고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더구나 보증액은 수도권 7억 원, 그 외 지역 5억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1억 원 이하의 보증액이 계속 올라 이렇게 되었습니다. 전세 7억 원에 월세 500만 원 이상인 초호화주택도 전세보증에 가입이 가능했습니다. 작년 국감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문제점을 인정한 HUG는 올해부터는 전환률 6%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전세 2억 원에 월세 300만 원은 8억 원으로 계산되는 방식입니다.

주택시장은 시장원리가 아니라 정부의 개입으로 왜곡되어 있다는 비판이 가능한 측면입니다.

생각보다 큰 그림자 재정

그런데 HUG의 이 사업은 재정일까요. 아닙니다. 이 사업은 공공기관의 사업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의하면 HUG의 수입과 지출은 2023년 2조5,312억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2년간의 손실은 회계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이러한 상황은 그림자 재정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는 중앙정부 재정 673.3조 원(2025년)만 우리는 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이외에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자산이 1,096조 원, 부채 708.9조 원, 자본 387.3조 원입니다. 수입과 지출액은 918.2조 원입니다.

정부 재정보다 244.9조 원이 많습니다. 이중 정부 지원예산은 109.5조 원입니다. 비중은 11.93%입니다. 결국 공공기관은 정부예산 사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른 사업은 정말로 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하는 사업일까요. 정부 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을 포함하여 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HUG 같은 기관은 억울한 측면이 있습니다. 자신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부와 기재부가 결정하고 자신들은 실행하는 역할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공공기관들의 부실을 비판합니다. 708.9조 원의 부채는 공공기관이 경영을 잘못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실은 정부가 정한 정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한전은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며, HUG는 보증기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습니다.

비난은 공공기관이 받습니다. 정부는 손실을 기금 등을 통한 재정으로 보전해줍니다. 책임의 분산입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림자 속에 있는 감추어진 재정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부동산 때문입니다. 중국은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GDP의 85%(2023년)이고 중앙정부까지 합하면 100%에 이른다고 합니다. 문제는 지방정부에 그림자 부채가 있는데 파악하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중앙정부의 수많은 사업이 공공기관과 그 산하기관에 있습니다. 감사원은 한전의 산하기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지방에도 이러한 예로 서울시 오세훈 시장의 핵심사업인 그레이트 한강사업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이 출자 출연기관에 떠넘겨져 있습니다. 한강 리버버스사업은 SH공사의 간접적인 투자방식으로 진행됩니다. 15년 전 세빛둥둥섬도 서울시의 본예산이 아니라 SH공사의 간접투자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림자가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얼마나 큰지 알기 어렵습니다. 알기 어려울 뿐이지 알 수는 있을 것입니다. 노력하면 찾을 수 있습니다. 찾기 힘들게 가려져 있을 뿐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도 여력이 되는대로 조금씩 찾아 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왜 주인인 우리 납세자가 이렇게 힘들게 찾아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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