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공간, ‘서사 당신의 서재’가 나누는 고민 [공간을 기억하다]

2025-01-10

문화의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OTT로 영화와 드라마·공연까지 쉽게 접할 수 있고, 전자책 역시 이미 생활의 한 부분이 됐습니다. 디지털화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는 사이 자연스럽게 오프라인 공간은 외면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이 갖는 고유한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도 합니다. 올해 문화팀은 ‘작은’ 공연장과 영화관·서점을 중심으로 ‘공간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일에 대한 고민, 풀어낼 장소가 필요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 빌딩 2층에 자리한 서점 ‘서사 당신의 서재’는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열린’ 공간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향긋한 커피와 부드러운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어보세요‘라는 문구, 그리고 ’‘일하듯이 놀고 놀 듯이 일하고 싶다’는 공감 가는 글귀, 계단을 오르는 동안 서사 당신의 서재가 ‘어떤’ 공간인지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이다.

서점에 들어서면 ‘책 읽기 딱 좋을’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서가를 가득 채운 책은 물론, 큰 소파와 ‘나 홀로’ 책 읽기를 원하는 독자를 위한 1인용 책상들까지. 누구나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는 정도성 대표의 ‘경험’과 닿아있다. 2019년 ‘서사 당신의 서재’를 열기 전, 약 10년 동안 회사생활을 했던 정 대표는 퇴근 후 책방에서 책을 읽으며 일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갔었다. “직장인들에게도 이런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된 ‘서사 당신의 서재’는 그래서 밤 10시까지 문을 열어두고 퇴근한 직장인들을 맞이 중이다.

정 대표는 “요즘 서점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긍정적인 걸 많이 얻고 있다. 외롭고, 지친 분들이 성장하는 걸 지켜보면 나도 좋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서 책도 사시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는데 매출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모두에게 필요한 느슨한 연대

일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나의 정체성, 그리고 삶의 태도에 대한 고찰과도 연결이 된다. 특별히 기준을 두고 책을 선보이진 않지만, 자기개발서부터 인문학, 문학까지.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픈 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법한 ‘긍정적인 메시지’들로 가득한 서점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왜 일을 하지라는 고민을 하다 보니 ‘나는 누구일까’로 자연스럽게 전환이 되더라”면서 “꼭 젊은 직장인 분들만 오시는 건 아니다. 40대 또는 60대 중년 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실 수 있다. 그분들이 모임에 참여하기도 하시는데, 그럴 때 오히려 더 그 모임이 흥미로워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책을 통해 스스로 고민하기도 하지만, ‘모임’을 통해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사 당신의 서재’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2층 공간은 물론, 함께 모여 책도 읽고, 또 이야기할 수 있는 지하와 루프탑 공간도 있다. 퇴근 후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와 읽는 것부터 시작해 소감을 나누며 토론하고, 나아가 새 책을 만나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도록 ‘다채로운’ 성격의 모임을 운영 중이다.

바쁜 직장인들이 타깃인 만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생각을 공유하려는 노력도 병행 중이다. 정 대표는 ‘서사 라이브러리’라는 ‘서사 당신의 서재’가 운영하는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며 “책에 밑줄을 친 뒤 해석을 달아 이를 함께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온라인 공유를 통해 멀어서 오지 못하는 분들과도 생각을 나누고자 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서점을 찾는 독자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남겨둘 수 있는 ‘낙서 책’을 전해 함께 읽기도 하는 등 ‘함께’, ‘나눔’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실천 중인 정 대표다.

정 대표는 이것이 곧 서점의 의미라고 생각했다. 그는 “월요 모임은 10명으로 시작했는데, 그중 8명이 재등록을 해주셨다. 그만큼 재등록, 재방문율이 높은 서점인 것 같다”면서 “물리적인 공간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이고,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많진 아닌 것 같다. 느슨한 연대를 하며, 나의 궤적을 돌아보고 또 수정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이 가능한 곳이 서점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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