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자 찾는 발란, '조건부 생존' 시험대

2025-04-01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1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형록 발란 대표는 그동안 회생 추진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지난달 3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회생 신청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26일 관련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며 논란이 커진 탓에 나흘 만에 회생을 공식화한 것이다. 수개월째 이어진 파트너사 미정산 사태가 신뢰 상실과 유동성 위기의 정점을 찍으며 법정관리로 이어지게 됐다.

회생 신청과 동시에 발란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입점사들의 사업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M&A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회생과 인수 모두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적된 채무, 브랜드 이미지 훼손, 정산금 미지급에 따른 반발까지 감안하면, 회생계획안의 전제 조건인 '인수자 확보'부터 난관에 부딪칠 것으로 예상돼서다.

재무 상황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2023년 발란의 매출은 392억원으로 전년(891억원) 대비 56% 급감했다. 자본총계는 –7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난달 발란은 코스닥 상장사 실리콘투와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1차로 75억원이 납입됐고, 나머지 75억원은 직매입 비중과 영업이익 달성 등 일정 조건 충족 시 집행되는 구조다.

그러나 회생 신청이 공식화되자 실리콘투 측도 "사전 공유된 바 없다"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리콘투는 콜옵션을 통해 발란 지분 50%를 확보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으나, 미정산 사태가 투자 구조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회생 절차가 개시되면 모든 채무는 일시적으로 동결된다. 이에는 입점업체들이 보유한 상거래채권(정산금)도 포함되며, 이후 회생계획안에 따라 변제 여부와 방식이 결정된다. 현재 발란에 입점한 업체는 약 1300곳으로 추산되며, 미정산금은 수백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입점사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약 800명이 모인 오픈채팅방에는 "기다려 달라더니 결국 회생으로 갔다", "억대 정산금이 묶였는데 사실상 회수는 불가능하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일부 업체는 최형록 대표에 대한 형사 고소와 민사소송 등 집단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이다. 한 입점사 관계자는 "정산금을 돌려받을 확률은 1%에도 못 미친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회생 절차가 단기간 내 마무리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동우 법무법인 대온 변호사는 "일반 무담보채권자인 입점사들은 변제 우선순위가 낮아 실질적인 회수율도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회생이 시작되면 법적으로 모든 채권이 동결되지만, 정산금을 곧바로 현금으로 돌려쓰던 중소 업체들에겐 치명적인 유동성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발란의 회생이 성공하려면 인수자 확보뿐 아니라, 근본적인 신뢰 회복과 재무구조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인수 의지를 밝힐 기업은 많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명품 플랫폼은 유형 자산이 아닌 고객과 데이터 기반의 무형 자산이 핵심인데,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황에선 인수 유인이 낮다"며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조차 매각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회생 중인 무형 플랫폼을 선뜻 인수하려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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