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피해 안타까운 한인 사연 “화마에 우리 가족 모든 것이 사라졌어요”

2025-01-20

이튼·팰리세이즈 산불 이재민 아픔

“20여년 모아 산 집 한 줌의 재로”

어머니 유품과 사진도 챙기지 못해

숙소 마련과 보험 청구에 기진맥진

주변의 관심과 도움이 한줄기 빛

“우리 부부는 정말 열심히 저축해서 2018년 처음으로 집을 마련했어요. 알타데나 집에서 예쁜 딸도 낳아 키우고 있습니다. 20년 이상 모은 돈으로 산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대피한 뒤로는 아직 집에도 못 가고 있습니다.”

지난 17일 아케디아 한 호텔에서 한인 2세 부부 리즈 오씨(아내)와 레이 안씨(남편)는 차량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부부는 아침에 딸 새유(5세)를 학교에 데려다준 뒤 새 임시숙소를 찾아 나섰다. 가족에게 남은 살림살이는 차 두 대와 트렁크에 실린 옷가지 몇 벌이 전부.

리즈 오씨는 “현재 마주한 현실이 비현실 같다. 이런 일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그는 “지난 7일 밤 10시쯤 ‘대피 대비령’이 내렸고 우리 동네(알타데나)에 산불 연기가 퍼졌어요. 아이 건강이 염려돼서 옷가지만 몇 개 챙겨 사촌 집으로 가자 했지, 우리 집이 불에 타 사라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라고 말했다.

다음날 오씨 가족은 이웃 주민이 보내준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부부가 모든 저축을 쏟아부어 장만한 아담한 주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우리 가족의 모든 것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파요.”

오씨 가족은 산불이 난 지 2주가 되도록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 차례 집에 돌아가려 했지만, 주방위군이 안전을 이유로 만류했다고 한다.

오씨는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남긴 사진과 유품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목이 메었다.

“어렸을 때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엄마와 찍은 사진도 산불로 다 소실됐어요. 엄마가 만들어 줬던 선물, 사진을 다시는 만져볼 수가 없네요.”

오씨는 딸 새유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 대피 초반 딸 새유는 집에는 언제 돌아가는지 물었다고 한다. 지금은 친구들에게 “우리 집은 불에 탔어. 너네 집도 탔어? 우리집은 이제 없어”라고 말한다.

안씨는 “딸 임신하고 찍은 초음파 사진, 아이가 크면서 그린 그림과 작품 등 우리 가족 추억이 다 사라졌다”면서 “집이 불에 타 사라진 것보다 아이의 소중한 ‘추억’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슬프고 아프다”고 말했다.

오씨 가족은 이재민 생활 2주 동안 파머스 보험사와 캘리포니아 페어플랜 측과 화재보험 청구로 씨름하고 있다. 파머스 보험사가 ‘주택보험 보상만 가능하고 화재보험은 갱신이 안 됐다’고 통보할 때는 하늘이 무너졌다고 한다. “화재보험 갱신이 안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 진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죽을 것 같았다”던 오씨는 “페어플랜에서는 화재피해 보상을 어느 정도 해준다고 했다”며 속타는 마음을 전했다.

오씨 가족은 알타데나 이웃들 걱정도 전했다. 알타데나 지역은 아시아계, 흑인, 라틴계, 백인 이웃이 어우러져 사는 동네로 50년 이상 거주한 이들도 많다고 한다. 부부는 “오랜 세월 집을 소유한 이들은 화재보험이 없는 경우가 많다. 갈 곳이 없어진 주민들이 너무 많아 우리가 힘들다고 말하기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날 팰리세이즈 산불로 집을 잃은 디한 이씨와 줄리 이씨 부부는 두 장의 사진을 보내왔다.

팰리세이즈 언덕에 자리 잡았던 이씨 가족의 1층 단독주택은 현재 완전히 사라졌다. 푸르던 앞마당 잔디도, 예쁘게 색을 칠했던 하얀 주택은 찾아볼 수 없다. 현관으로 들어가는 시멘트 길과 검게 그을린 외벽 일부만 이곳이 집터였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디한 이씨는 “우리 집이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면서 “부모님과 딸들은 요바린다 여동생 집에서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이씨 부부는 팰리세이즈 인근에 머물며 보험사와 화재보험 보상 여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남편 이씨는 “임시 거주지를 찾고 있지만, 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이 일어났다. 일 처리 등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해서 피곤함이 몰려온다”며 지친 모습을 보였다.

이씨 가족은 팰리세이즈 산불 당일 대피령에 따라 소지품 몇 가지만 챙겨 집을 나왔다고 한다. 샌타모니카 교회로 대피하는 도중 산불로 집이 완전히 타버렸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남편 이씨는 “집에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실감도 안 나고 슬퍼진다”고 말했다. 목회자인 그가 의지하는 건 ‘종교의 힘’이다.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해요. 하지만 하나님께서 극복할 힘과 희망을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씨 부부는 팰리세이즈 산불이 조금씩 잡히고, 대피령이 해제되면서 복구와 재건을 준비하고 있다. 집을 새로 지을 때까지 2~3년을 예상하고 있다. 그때까지 임시숙소 임대료와 재건축 비용 마련이 절실하다.

남편 이씨는 “사람들의 지원과 도움으로 살아가는 요즘 일상이 사실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면서 “참 많은 분이 응원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형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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