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이 국내 방산 수주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국내외 방산업체와 협력해 3건의 방위사업청 입찰에서 3연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우주항공사업 부문은 상반기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연간 흑자가 기대된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국 방산기업 L3해리스(Harris),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 자회사 엘타(ELTA)와 협력해 방위사업청의 '항공통제기 2차 사업' 수행 업체로 선정됐다. 주 계약자 L3해리스는 우리 공군에 항공통제기 4대를 2032년까지 공급하게 된다.
항공통제기는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해 주요 목표물을 탐지·분석하고, 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대한항공은 국내 협력업체로 캐나다 항공기 봄바디어의 글로벌(Global) 6500 4대를 구매해 L3해리스에 제공하고, 1·2호기 공동개발과 3·4호기 국내 개조를 담당한다.
이번 입찰로 대한항공은 올해 3번째 방산 수주를 따냈다. 앞서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협력해 블랙호크(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 차세대 전자전기 개발 사업에 입찰해 선정된 바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유일의 항공기 체계 종합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연이어 제쳤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군용 항공기 체계 개발과 유지·보수·정비(MRO), 성능개량 사업을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해 왔다. 별도의 R&D센터를 운영하며 유·무인 항공기와 드론 등을 개발했다. 전체 R&D 비용도 2020년 347억원에서 지난해 802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방산 수주 전략은 '협력'이다. 대한항공은 기체 플랫폼을 신규 개발하는 기술보다는 기존 플랫폼의 MRO와 통합 및 성능개량에 집중했다. 플랫폼 통합 및 개발 능력을 토대로 국내외 주요 방산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입찰에 나섰고, 그 결과 수주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대한항공은 국내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 서울 ADEX 2025에서 국방과학연구소, 미국 인공지능(AI) 방산기업 안두릴 등과 공동 개발한 ▲저피탐 무인편대기(LOWUS) 시제기 ▲중형 타격 무인기 시제기 ▲소형 협동 무인기(KUS-FX) 3종의 실물 크기 모형을 공개하기도 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유인 전투기와 복합 편대로 정찰·전자전·공격 등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무인기 플랫폼에 적용한 AI 기반 임무 자율화 기술은 무인기 운용 체계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무인기가 자체 판단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는 단순 원격 조정을 넘어선 미래 기술로, 현재 안두릴 등과 기술 개발을 위한 교류 중이다.
대한항공이 올해 방산 수주에서 연승을 거두면서 우주항공사업(방산) 부문의 연간 흑자도 가시화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우주항공 부문의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이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모습과 상반된 행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에서 무인기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다. 무인기 분야에서 다양한 플랫폼을 갖춘 기업이자 무인기 시대를 이끄는 방산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