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상징이던 개구리...이제는 '반트럼프 시위의 얼굴' 됐다

2025-12-31

웃음으로 맞선 저항…트럼프 시대 시위의 새로운 무기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반대하는 시위 현장에 개구리 복장이 잇따라 등장하며 새로운 저항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BBC는 31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각지에서 열린 반(反)트럼프 시위에서 개구리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연이어 목격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의 출발점은 지난해 10월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벌어진 시위였다.

당시 파란색 목도리를 두른 개구리 복장의 한 남성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과 대치하는 장면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됐다. 개구리 탈을 쓴 인물은 시민활동가 세스 토드로, 최루액을 발사한 진압 요원을 향해 “나는 더 매운 타말레도 먹어봤다”고 농담 섞인 대응을 하며 관심을 끌었다.

이른바 '포틀랜드 개구리' 이후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 현장에서는 개구리 복장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미국 내 시위뿐 아니라 도쿄와 런던 등 해외 시위에서도 개구리 복장이 등장했고, 공룡·유니콘·도롱뇽 등 변형된 캐릭터들도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미국의 대표 공연장인 케네디센터 명칭에 '트럼프'를 붙인 데 항의하는 시위에서 분홍색 개구리가 등장해 '신스틸러'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개구리 의상이 가격 상승과 품절 사태를 겪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개구리가 그간 미국 우파 진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다는 점이다. 인터넷 밈으로 유명한 녹색 개구리 캐릭터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는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널리 활용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련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상징성이 더욱 강화됐다.

이에 대해 BBC는 “미국 사회에서 좌우 진영을 가리지 않고 유머와 정치가 결합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트럼프 시대 시위 문화의 특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머러스한 방식이 대중의 주목을 끌고 메시지 전달 효과를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러한 해학적 시위 방식이 역설적으로 공권력의 강경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나온다. 래리 보가드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BBC에 “우스꽝스러운 복장의 시위대에 폭력으로 대응할 경우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며 “이들을 '위험한 선동 세력'으로 낙인찍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km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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