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없는 미래는 없다

2025-04-14

산불은 산림을 태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질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산불 발생에서 또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산사태와 홍수 그리고 탄소다

숲은 인류의 동반자이자 미래다. 좀 더 가꾸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미래를 다루는 공상과학 영화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나무가 있는 미래와 그렇지 않은 미래. 2100년 이후에도 인류가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아남아 있는 밝은 미래를 그리는 영화 대부분은 나무, 꽃, 곤충, 동물이 공존하는 식생이 가득한 초록색 숲 배경을 바탕으로 한다. 이뿐만 아니라 화성을 탐사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영화에서도 결국 인간의 생존을 결정짓는 것은 식물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맞이하고 싶지 않은 척박한 미래를 그리는 영화들은 대부분 어두운 색의 배경에 숲은 고사하고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숲이 없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어떤가. 스스로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아닌지 되물어야 할 상황이다.

2025년이 시작되자마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중심으로 전 세계의 숲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늘 나던 산불이지만 이번은 달랐다. 도심의 주택을 모두 태우고 백사장까지 불길이 내려와 상상도 못할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나름 산불에 대비한 LA지만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5년 3월 경북 의성을 중심으로 발생한 산불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두 산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이 크게 확산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둘 다 인간에 의한 것이지만 인간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불이 커진 이유는 바로 온난화로 대기, 식생, 토양이 건조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에 비해 더 큰불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이번 경북 산불의 경우 넓은 면적의 산림 소실, 소방관을 포함한 많은 인명피해, 주택과 시설과 문화재 소실 등 다양한 부문에서 피해가 발생해 경제적 손실만 1조원 이상이고 피해 복구 비용은 2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의성군의 2025년 예산이 약 7200억원이고 경북 전체 예산이 약 13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큰 경제적 피해를 본 것이다.

산불의 피해는 이렇게 눈으로 보이고 경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열심히 불을 껐다고 해서 그 불이 꺼진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1년 강원도 산불이 크게 났을 때도 이 칼럼을 통해 기후변화의 영향과 그 무서운 피해를 경고한 적이 있다. 그때도 기록상으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라고 했지만,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더 큰 산불이 발생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으니 한 번 더 왜 우리가 산불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 얘기하려 한다.

기후와 식생 상호작용으로 큰 피해

산불이 발생하면 제일 처음 강력한 화력으로 인한 온도 증가와 여러 산림 부산물의 불완전 연소로 인한 대기질의 악화가 즉각적으로 발생한다. 뜨거운 화력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가 될 것이다. 반경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이니 말이다. 대기오염 물질은 평상시의 수십배에 달할 정도로 높아진다. 예를 들어 이번 의성 산불 때 주변 지역에서 검출된 초미세먼지는 평소의 60배, 두통이나 구토를 유발하는 오염 물질인 일산화탄소는 평소의 10배, 이산화황은 평소보다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악화한 대기질은 산불의 영향 반경 안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 순간적으로 영향을 끼치겠지만, 인체 피해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의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연기가 순간적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그 피해가 순간적으로 끝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이번 LA 산불을 계기로 10년간 약 400억원을 투입해 산불로 인한 장기적인 인체 피해를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산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인체 피해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한국의 산불 양상을 보면 우리도 이제 이러한 연구를 당연히 시작해야 할 것이다.

산불은 산림을 태우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질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산불로 탄 식물과 토양이 빗물에 씻겨 하천에 유입되면 하천의 유기물 증가로 유해 부산물이 늘어나거나 세균과 조류 증가로 적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산불 이후 쌓여 있는 유기물이 빗물에 쓸려나가 저수지에 축적되거나 지하수로 유입된다면 불이 꺼진 순간이 아니라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수질이 악화할 수 있다. 이러면 식수원의 오염을 통한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산불이 꺼지고 비가 내린 이후 오염물질의 거동 양상에 따라 우리가 예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흔히 우리는 이것을 학문적으로 기후와 식생의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하는데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유일한 탄소 흡수원 잃을 수도

산불 발생에 따른 기후와 식생의 상호작용으로 인한 피해 중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산사태와 홍수이다. 산불이 끝나고 여름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 우리가 당장 살펴봐야 할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경북 지역의 토양수분 및 지하수 양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만약 올여름 매우 강한 집중호우가 그 지역에 내린다면 물순환의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숲이 없어서 산사태나 홍수의 발생 확률이 매우 높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산불에 타들어 간 숲은 대부분 검은색으로 변해버렸기에 태양에서 들어오는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해 온도가 올라 더 빠른 속도로 토양을 마르게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분석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화재의 피해는 복구되지 않은 것이다. 수자원 분야(환경부), 도시숲 및 산불관리 분야(산림청), 재난 분야(행정안전부), 계절 예측 분야(기상청) 등의 국가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깊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탄소이다. 한국은 국토 면적의 약 63%가 산림으로 덮여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도 국토의 산림 면적 비율은 10위 내에 들어갈 정도로 높은 수치다. 절대적인 국토 면적이 좁기에 비율은 높아도 실제 산림 면적이 크지 않아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소중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 전 세계인의 난제인 탄소중립과 관련해 한국의 산림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주는 거의 유일한 국내 자원이다. 현재 국가 배출량의 약 5~6%를 흡수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산불이 계속 강해진다면 우리는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흡수원을 잃는 셈이다. 즉 배출량을 줄이는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CCUS(탄소 포집 및 저장), DAC(직접 공기 포집)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기술들이 미래 탄소 배출량을 줄여줄 것이라 기대하고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붓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흡수원인 산림에 대한 투자는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 아마 엄청난 차이로 적을 것이다. 이게 얼마나 모순적인가. 언제나 항상 숲이 우리 곁에 머물 것으로 여기는 것은 정말 안일한 생각이다. 게다가 숲도 나이가 들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리 동네 숲이 평생 똑같은 양의 탄소를 흡수해 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착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주말 흐리고 쌀쌀했지만, 많은 이들이 흘러가는 봄이 아쉬워 산으로 들로 도심의 공원으로 나가 꽃구경한다는 소식이 뉴스에 나왔다. 그런 것 같다.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하며 그 안에서 휴식을 취하려고 한다. 그게 진짜 숲이 가진 중요한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탄소를 흡수하고 물을 맑게 하며, 재난을 방지하고, 공기를 맑게 하는 숲은 인류의 동반자이자 미래이다. 그래서 우리가 좀 더 가꾸고 보살피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없을 수밖에 없다. 산불로 그을린 숲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지금이라도 거리에 피어있는 꽃과 나무들에 고마움을 전하는 여유를 가지면 좋겠다. 그들이 없다면 우리도 없다는 마음으로.

■정수종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원,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 중국 남방과기대 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로 근무 중이다. 연구팀을 꾸려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을 밝히기 위한 관측 및 모델링 연구를 진행 중이며, Global Carbon Project, 유럽 항공우주국 기후 모니터링, NASA 온실가스 및 생태계 모니터링 등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8년부터 서울 남산타워 꼭대기에서 도시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한 정보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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