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는 올해 연간으로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올 3분기 누적 순익은 14조53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2조2980억원) 증가했다. 매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부터 수백억원의 배임‧횡령 등 내부통제 미비에 따른 대형금융사고로 얼룩진 한 해이기도 했다. 한편 올해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대형 금융사고로 얼룩…'내부통제 미비'> <'인적 쇄신' 국민‧하나‧우리은행장 교체>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물가흐름 둔화> <성장 정체 속 금융사고로 멍든 지방은행권> <인뱅, 포용금융 압박 속 흑자경영 본격화> 등 총 5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올해 초 은행권을 흔든 최대 이슈는 단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에 연계돼 투자 수익이 결정되는데, 만기 시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준 밑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불가피하다. H지수의 경우 2021년 2월 1만2230선 턱밑까지 오르다 줄곧 하락해 1월 5600선으로 50% 이상 급락했다. H지수가 고점이던 2021년 판매된 상품의 만기가 올 초부터 돌아오면서 원금이 반토막 났다.
H지수 ELS 상품 가입자는 약 10만명이며,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총 판매 잔액은 19조3000억으로 집계됐다. 은행과 증권에서 각각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 3조4000억원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 판매사에서 일부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나면서 해당 상품을 판매한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등 6개 은행 모두 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 기준안을 수용하고 발빠른 배상에 나섰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13일 기준 은행권 등 판매사들의 평균 배상비율은 31.6%로 집계됐다. 자율배상 대상인 홍콩H지수 연계 ELS 계좌 중 손실이 확정된 계좌 17만 건 중 81.9%인 13만9000건과 관련해 소비자들이 배상에 동의했다. 손실이 확정된 계좌의 원금은 10조4000억원, 손실금액은 4조6000억원이다.
주요 은행에서 대규모 배임을 비롯한 금융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내부통제 강화'가 은행권의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모든 은행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대형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내부통제 작동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느냐'는 지적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에게 350억원대의 부당대출을 내준 것이 적발되면서 '고객신뢰'를 크게 실추시켰다. 당국의 조사 결과 최근 약 3년 9개월간 손 전 회장의 처남 등 친인척을 대상으로 총 42건, 616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이중 350억원은 통상 기준과 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고, 269억원은 부실이 발생했거나 연체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2년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의 70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에 이어 지난 6월에는 김해지점에서 170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국의 정기검사 과정에서 확인된 국민은행의 금융사고는 3건이다. 금융사고 규모는 총 147억원으로, 업무상 배임 2건이 각각 41억, 92억원, 사기는 14억원이다. 농협은행에서는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 사건을 시작으로 올해 들어서만 여섯 차례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금액만 약 430억원 규모다. 지난 2월 109억원의 불법 대출, 5월 51억원의 공문서 위조 대출과 10억원의 초과 대출, 8월 117억원의 부당대출 적발, 10월엔 140억원 규모의 제삼자에 의한 부동산담보 대출 사고와 신입 행인이 70대 고객 돈 2억5000만원 가량을 횡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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