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이야기를 나누며 그를 살핀다. 그는 외형만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말투, 태도, 움직임, 이력, 사고방식 등 그를 이루는 총체가 그에 대한 이미지다. 그는 보여지는 대상이지만, 내가 그에 대해 갖는 이미지는 느껴지는 존재다. ‘시각적으로 만져져야’ 그는 기억된다.

장영애 작가의 스무번째 개인전 ‘흐르는 광장’(The Fluid Square)이 16일까지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열린다. 작가에게 있어 광장은 고정된 장소가 아닌 관계의 공간이다.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사람 간 관계가 끊임없이 생성·변화·소멸하는 열린 공적 공간이다. 그래서 ‘흐르는’ 광장이다.
이번 전시는 작품을 선보이는 형식에서부터 파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작 ‘감각의 파편’(Fragments of Sensation)은 사각의 틀을 해체해 비정형 패널을 조합한 작품으로, 손·입·눈동자 같은 신체 단편과 색면의 흐름이 서로 밀고 접히며 리듬을 형성한다. 또 다른 신작 ‘클리나멘 파노라마’(Clinamen Panorama)는 예측 불가능한 이탈을 의미하는 클리나멘 개념을 회화로 확장한 5폭 파노라마로, 장면들이 동일한 축을 따르지 않고 비스듬히 어긋난 채 접속하며 감정의 운동을 구성한다.

장영애 작가는 “각자의 다른 감각들이 어긋난 채 흐르는 곳이 광장이지만, 그 어긋남 속에서도 서로의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을 본다”면서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광장에서 ‘함께 있음’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감각적으로 탐색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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