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수업도 파행 위기감에 출구 모색… 의대생들 여전히 냉랭

2024-10-06

정부 ‘의대생 조건부 휴학 허용’

의대생 2024년내 복귀 현실적 불가능

‘2025년 수업이라도 정상화’ 판단

“학생에 동맹휴학 의사 없음 확인”

의료계 그간 ‘조건없는 승인’ 요구

“사실상 학생들 협박한 것” 반발

의대교육 6년→5년 단축도 비판

정부가 6일 갑작스럽게 의대생들의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한 배경에는 현실적으로 올해 의대생들의 복귀가 요원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내년 수업이라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일종의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대 의대 휴학 승인을 계기로 다른 대학에서도 휴학 승인 목소리가 나오자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대생들은 여전히 냉소적인 분위기여서 정책 여파는 미지수다.

정부는 올해 2월 의대생들이 수업 거부를 선언한 뒤 지금까지 줄곧 학생들을 복귀시키려는 유화책을 제시해왔다. 각 대학은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출석·성적 처리 등을 미루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복귀하기만 한다면 남은 기간 아무런 문제 없이 1년 과정을 끝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10월인 지금까지 학생들의 수업 복귀율은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의대생 중 2학기 수업에 출석한 학생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대학에선 ‘이러다 내년 수업도 파행을 빚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고, 결국 교육부가 이날 ‘2025학년도 복귀’를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대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교육부는 이날 휴학 승인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목적의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란 점을 재차 강조하고, 학생에게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이 ‘과거 분위기에 떠밀려 휴학 신청을 하긴 했으나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고, 내년엔 복귀할 생각이 있다’고 해야 휴학을 승인한다는 것이다. 의대생 사이에선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보다 ‘남은 기간 1년 공부를 다 하는 것은 힘들다’는 두려움 때문에 복귀를 망설이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에게 휴학 신청을 받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조건 없는 휴학 승인’과는 결이 다른 것이어서, 실제 의대생들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의대생들은 지금껏 정부가 몇 차례 유급 방지책 등을 발표할 때도 ‘의대 증원책 백지화’만 요구하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유급 방지 특례 등 ‘당근’만 제시하던 정부는 이날 처음으로 유급·제적을 거론하며 ‘채찍’도 함께 들었다. 하지만 휴학 사유를 밝히지 않은 의대생의 유급·제적 여부는 내년 2월 말쯤 판단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어서 의대생들은 당장 불안감을 느끼지는 않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이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성근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대변인은 “교육부가 휴학 승인에 조건을 붙일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말은 좋게 했지만 사실상 복귀하지 않는 학생을 잘라버린다는 건데, 학생들은 이를 협박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육부가 추후 배출될 의료인 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교육과정을 현행 6년(예과 2년·본과 4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6년 동안 배우기도 버거워하는데 무슨 수로 5년으로 줄이냐”면서 “결국 질적으로 떨어지는 의사를 국가가 용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업 거부 상황이 이미 너무 오래 이어져 의대생들이 복귀해도 문제란 지적도 나온다. 내년에는 올해 1학년 중 유급·휴학한 학생과 내년 신입생(약 4500명)을 합쳐 약 7500명이 함께 1학년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들은 6년간 계속 함께 진급해야 해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부터 연간 3000명 규모인 의사 배출이 끊기고 의료 공백도 장기화하는 수순으로 접어든다.

김유나·이지민·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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