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석 서울여자대학교 생명환경공학과 교수가 제6대 국립생태원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2010년부터 국립생태원 건립추진기획단장을 맡아 기관의 초석을 다졌던 그는 12년 만에 국립생태원장으로 복귀했다. 생태학 분야에서 국내외 2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학술단체 회장직을 역임해온 그는 향후 국립생태원의 역할을 한층 확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립생태원의 설립 철학, 실현의 단계로
이창석 원장은 이번 취임이 단순한 기관 운영을 넘어, 건립 당시 설정했던 국가 생태정책의 장기 비전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국립생태원은 환경정책 선진화를 선도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 진단 및 예측, 바른 생태복원을 통한 생물다양성 보존과 생태계서비스 극대화를 실현해야 할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탄소흡수원 확보 및 흡수능 평가, △생태복원 체계 정립, △국토환경 건강성 평가 및 관리, △대국민 생태교육 강화, △국제협약(TNFD, 30×30 Alliance 등) 대응체계 구축 등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생물다양성 보전에서 ‘생태다양성’으로의 확장
생물다양성 보전과 관련하여 이 원장은 기존의 종 중심 보존 개념을 생태계 기능과 구조까지 포괄하는 ‘생태다양성(ecodiversity)’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식처의 감소와 질 저하가 생물다양성 손실의 핵심 원인”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수단으로 생태복원을 제시했다.
또한 “국제사회는 보전지역 30% 확보와 훼손지역 30% 복원이라는 ‘30×30’ 목표를 통해 생물다양성 위기에 대응하고 있으며, 국립생태원도 이에 부응하여 국내 생태다양성 확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생태복원 기반 전략
이 원장은 기후변화 대응 연구에서 국립생태원이 수행하고 있는 주요 활동으로 습지 및 훼손지 복원, 탄소흡수능 평가 등을 소개했다. 그는 “과도한 에너지 소비와 토지이용이 온실가스 배출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자연을 복원해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s)으로, 국립생태원은 생태복원과 탄소중립의 접점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정책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 게임형 생태 교육.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 교육은 실내에서도 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외래종 확산 대응 및 자연오염 정화 기능 확보
국립생태원은 현재 외래생물의 전국 분포조사를 수행 중이며, 이와 병행하여 향후 외래종 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외래생물은 주로 생태계 훼손으로 인한 틈을 통해 유입되고, 이는 다시 생물다양성 손실을 심화시키는 구조를 지닌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생태복원과 정화기능의 연계를 통해 해법을 모색 중이며, 복원 생태계가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연구를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생태기후·생태복원 분야의 국제 선도기관 도약 목표
향후 국립생태원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이 원장은 “생태기후(ecoclimatology)와 생태복원(ecological restoration) 연구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국제적 수준의 전문기관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또한 생태정책의 과학적 기반 마련과 국민 생태의식 고양, 교육·전시 기능의 통합적 발전을 통해 생태문화를 확산하는 기관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좋은 생태연구’에 대해 이 원장은 “환경 문제는 인간 활동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자연의 정화 능력 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량적 기준을 바탕으로 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중립 개념이 이러한 정량적 기준을 제공할 수 있는 유효한 도구임을 언급하며, 생태연구의 방향이 문제 해결 능력과 정책 적용 가능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끝으로 그는 미래세대를 위한 메시지로 “자연은 인간의 외부에 있는 대상이 아니라, 공존과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고 말했다. “우리가 숲을 잘 보존하고 가꾸면, 그 숲은 무성하게 자라 우리에게 그늘을 주고, 맑은 공기를 주며, 맑은 물도 간직하였다가 우리가 필요로 할 때 공급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훼손하면, 그러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산사태, 가뭄, 홍수 등을 유발하며 우리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며, “자연을 이해하고 지키는 것이 곧 스스로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석 원장은 “국립생태원은 전시와 교육, 연구와 정책 기반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복합 기관으로서, 한국 생태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생태원을 찾는 국민들이 자연을 배워 지혜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미디어=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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