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 이재명 대통령…왜?

2025-08-02

“제가 가만히 있으니까 진짜 가마니인 줄 알고 말이야. 말을 하면 악영향을 주니까 말을 안 한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고위공직자 워크숍 특별강의에서 대미 관세협상과 관련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는 지적 등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통상 협상 관련 언급을 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관련 언급을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침묵에 더 많은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알려졌던 이 대통령의 이미지와 달라진 것도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 시절 이 대통령은 이른바 ‘사이다’라 불렸다. ‘불법 계곡 설치물 철거 사업’등을 비롯해 목표로 삼은 일들은 신속하게 처리했고, 발언도 거침없었다.

이 대통령의 사이다가 연해졌다는 지적은 당대표 시절에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직접 ‘행정가’와 ‘당을 이끄는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은 다르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주요 이슈에 대한 이 대통령의 당대표로서의 결정은 숙고에 숙고를 거쳐 나왔다. 그 사이 여러 추측이 난무했고, 답답해졌다는 평도 나왔다.

하지만 숙고의 결과에 대해서 이 대통령은 직접 발표하는 형식을 택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택한 선거제도는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유예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직접 발표하는 등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대국민설명을 했다.

대통령직에 오른 지금은 직접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강선우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있었을 때도 대미 관세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 시계 제작’에 관해 직접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루어 볼 때 사안의 심각성과 대통령으로서 한 말의 영향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며 국무회의 생중계 등 대국민소통을 늘려가는 이 대통령이,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정치적 책임감을 피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결과로 증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미 관세협상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다는 평들이 나오며, 이 대통령이 나서야 했다는 지적들도 잦아들었다. “말 안 하는 와중에 오리가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서 우아한 자태로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이냐.” 이 대통령이 말한 침묵의 의미에 대한 대국민설득은 지속적인 성과가 뒷받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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