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가 ‘브로큰’?…미처 못다한 이야기 셋

2025-02-09

편파적인 쟁점 셋

1. 소리없이 사라진 ‘호령’(김남길)에 대해서

2. 약쟁이 동생 위한 ‘민태’(하정우)의 복수, 응원할 수 있나

3. ‘문영’(유다인)은 왜 그토록 능동적이지 못한가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을 향해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5일 개봉한 이후 한차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지만 바로 ‘히트맨2’에게 잡히며 영광은 ‘일일천하’로 끝났다. 게다가 골든에그지수가 개봉 직후 59%까지 떨어지며 작품에 대한 불호 반응이 주목을 받았다. ‘완성도가 브로큰’이란 우스개소리마저 나왔다.

작품 내 문제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주인공인 ‘민태’가 약쟁이 폭력남편 동생 ‘석태’(박종환)의 죽음을 파헤치고 복수를 나서는데, 정작 ‘석태’가 너무 비호감이라 동생의 복수를 실현하는 ‘민태’마저도 응원하기 어렵다는 점, 소설가 ‘호령’은 판을 흔들 것처럼 나왔다가 아무 존재감 없이 홀연히 사라져버린다는 점, 그리고 키를 쥐고 있는 ‘문영’이 너무나도 수동적으로 그려져 매력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김진황 감독을 만난 스포츠경향은 ‘브로큰’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가지를 물어봤다.

■쟁점1. 원제 ‘야행’에서부터 따져들어가봐야 비로소 이해되는 ‘브로큰’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 ‘야행’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시나리오 원제는 ‘야행’이었다. 당연히 주인공은 소설을 쓴 ‘호령’과 사연 당사자인 ‘문영’이었겠지만,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바뀌었다. 두 사람을 쫓는 안타고니스트 ‘민태’가 화자가 되면서 ‘호령’의 이야기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민태’가 주인공이 되기로 한 건 각색 작업에서 결정한 거였어요. 그 까닭에 ‘호령’과 ‘문영’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수 없었죠. 시점이 분산된다는 판단 하에서요. 그래서 민태가 이끌어가는 서사 안에서 ‘호령’과 ‘문영’의 관계를 녹여야겠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사실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 인물을 어떤 공간과 관련된 인물만을 통해서 전달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주인공이 바뀌면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 또한 바뀌니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정서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터다. ‘야행’이란 원제도, ‘민태’의 감정선을 중심에 두고 제목을 지어야하니 ‘브로큰’으로 수정됐다. 그렇다면 ‘호령’은 ‘문영’에게 어떤 감정으로 추적한 것일까.

“호령과 문영은 문학 스승과 수강생이었어요. 호령이 문영의 사연에 호기심을 느껴서 소설로 만들었고, 그걸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원하는 걸 얻게 됐죠. 하지만 문영의 삶은 달라진 게 없어요. 그래서 호령이 문영의 삶을 소설로 쓰면서 일말의 책임감과 죄책감이 있었을 거고요. 그러다 문영이 사라지자 ‘혹여 자신의 명성에 흠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사건에 발을 들이게 된 겁니다. 문영을 추적하면서 과거 느낀 죄책감과 연민의 감정이 올라와 끝까지 찾아나서게 된 거고요.”

■쟁점2. ‘민태’의 복수에 공감하기 어렵다?

애초 안타고니스트로 설정됐던 ‘민태’가 주인공화 되면서 정당성을 부여해야 했다. 또한 민태 시점으로 사건을 쫓으려면 그만의 원동력도 필요했다. 감독은 그걸 ‘분노’라고 생각했다.

“관객이 ‘민태’의 행동에 공감할 만한 부분을 많이 심고자 했어요. 그 인물이 조폭 출신이라 완벽하게 선한 인물은 아닐 거로 생각했고, 그런 ‘민태’에게 복수의 정당성을 심어주는 데에 있어서 위험 요소가 있겠다는 고민은 했습니다. 그런 점에 대해 하정우 배우와 대화를 많이 했어요. 단순히 동생이 죽어서 ‘난 복수를 할거야’라고 마음 먹은 게 아니라 그 실체에 대해서 알고 싶어 추적했을 거고, 진실을 알게 되면서 진정한 복수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죠. ‘브로큰’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예요.”

■쟁점3. 주체적이지 못한 ‘문영’, 왜 그렇게 설정했을까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문영’은 아쉽게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주체적이지 못한 선택 때문이다.

“기획 당시 이런 여성 캐릭터를 선보이는 게 부담 없다고 해서 설정한 건 아니었어요. ‘문영’이 조금 더 능동적인 선택을 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영화 전체적인 결을 위해 바뀌었죠. 전체적으로 분량이 많지도 않은 터라 ‘내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뿐이다’라는 문영의 마음을 그를 둘러싼 인물들 속에서 어떻게 녹여서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브로큰’은 전국 극장가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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