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 3년 연속 퍼시픽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정, 3년 연속 4관왕(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그리고 3년 연속 베스트나인&골든글러브에 4년 연속 탈삼진 1위까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나올 답은 딱 하나밖에 없다.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오릭스 버펄로스에 지명된 뒤 2017년 1군에 데뷔해 2018년 10대 선수로는 최초의 15경기 연속 홀드와 10대 선수 최초의 홀드포인트 30개를 기록하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자신의 등장을 화려하게 알렸다. 이후 2019년 풀타임 선발투수로 전환했고, 2021년부터 일본프로야구를 폭격하기 시작했다.
<야마모토의 2021~2023년> ※빨간색은 퍼시픽리그 1위
2021 : 193.2이닝 18승 5패 ERA 1.39 206탈삼진 41볼넷 6완투(4완봉) WHIP 0.85 WAR 8.6
2022 : 193.0이닝 15승 5패 ERA 1.68 205탈삼진 42볼넷 4완투(2완봉) WHIP 0.93 WAR 7.9
2023 : 164.0이닝 16승 6패 ERA 1.21 169탈삼진 28볼넷 2완투(1완봉) WHIP 0.88 WAR 7.0
엄청난 관심 속에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한 야마모토에게 많은 팀들이 달려들었고, 결국 최종적으로 12년 3억2500만 달러라는 투수 역대 최고 계약을 제시한 다저스가 그를 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야마모토의 2024시즌은,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시범경기부터 티핑 논란이 그를 따라다녔고, 메이저리그 공식 개막전이었던 서울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했으나 1이닝 5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안정세를 찾는 듯 했던 야마모토는 6월 어깨 회전근개 손상으로 인해 7~8월을 건너뛰었고, 9월 중순이 되서야 다시 마운드에 돌아왔다.
이후 포스트시즌에서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5실점 난타를 당해 우려를 낳았지만 이후 NLDS 5차전(5이닝 2K 무실점),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4차전(4.1이닝 8K 2실점),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2차전(6.1이닝 4K 1실점)에서 연이어 자신의 몫을 해내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정규시즌 90이닝을 던져 7승2패 평균자책점 3.00은, 야마모토의 이름값과 연봉을 생각하면 분명 아쉬운게 맞았다.

야마모토의 팀동료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를 제외하면, 지난해 MLB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일본인 선수는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였다.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 지명된 이마나가는 이후 8시즌 동안 64승50패 평균자책점 3.18 1021탈삼진의 좋은 성적을 내며 센트럴리그의 주요 에이스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2023년 시즌 후 4년 5300만 달러에 컵스와 계약하며 MLB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일본프로야구 시절 성적은 이마나가가 야마모토에 비할바가 못됐다. 그런데 MLB에서의 첫 해, 둘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마나가는 4월 첫 한 달간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이라는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내셔널리그 이 달의 신인에 선정됐다. MLB 데뷔 첫 5번의 선발 등판에서 4승 무패에 0점대 평균자책점은 1945년 데이브 페리스(당시 보스턴) 이후 79년 만이었다. 이마나가는 9번째 선발 등판까지 0.8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는데, MLB 데뷔 첫 9번의 선발 등판 기준으로 1981년 페르난도 발렌수엘라(0.91)의 기록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 기록이었다.
이후 상대 타자들에게 공략 당하며 1경기 10실점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경기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시즌 막판까지 꾸준한 성적을 냈고, 결국 173.1이닝을 던져 15승3패 평균자책점 2.91의 뛰어난 성적으로 MLB 데뷔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시즌 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4위, 사이영상 투표에서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야마모토에게 있어 올해는 명예 회복이 어느 정도는 필요한 해다. 특히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컵스와의 MLB 공식 개막전 ‘도쿄시리즈’의 1차전 선발로 예정된만큼, 일본 팬들 앞에서 예전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픈 마음이 클 수 있다. 자신과 맞대결할 컵스의 선발 투수가 이마나가라는 점도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는 요소다. 야마모토는 지난해 부상에서 돌아온 후 첫 등판이었던 9월11일 컵스전에서 이마나가와 맞대결을 펼쳐 4이닝을 3피안타 8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승리투수는 7이닝을 7피안타 3실점으로 버틴 이마나가의 차지였다.

이번 도쿄시리즈가 열리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홈구장 도쿄돔은 일본프로야구에서 홈런이 잘 나오는 곳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따라서 ‘피홈런 억제’가 두 투수의 승부를 가를 열쇠가 될 수 있다.
야마모토는 도쿄돔에서 딱 한 번 등판한 경험이 있다. 선발로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2019년 6월18일 요미우리의 이마무라 노부타카와 맞대결을 펼쳐 6이닝 8피안타 1볼넷 7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당시 노디시전을 기록한 야마모토는 마루 요시히로와 오카모토 카즈마에게 홈런을 허용했는데, 일본프로야구 시절 야마모토가 1경기 2피홈런을 기록한 것은 이 경기를 포함해 단 3번에 불과했다.
반면 이마나가는 요미우리와 같은 센트럴리그 소속인 요코하마에서 뛰었기 때문에 야마모토에 비해 도쿄돔 등판 경험이 좀 더 많다. 통산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2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72이닝을 던져 12개의 볼넷을 내줬고 삼진은 89개를 잡았다.
눈에 띄는 것은 피홈런이다. 이마나가는 도쿄돔에서 14개의 피홈런을 허용했다. 원래 하이 패스트볼 위주의 플라이볼 투수인지라 피홈런이 다소 많은 투수이긴 했지만, 유독 도쿄돔에서는 많은 피홈런을 내줬다. 1경기 2개 이상의 피홈런을 기록한 것도 4번이며, 2022년 9월19일 경기에서는 피홈런 4개를 허용하며 6이닝 5실점 패전을 기록한 적도 있다. 이 경기는 이마나가의 한 경기 최다 피홈런 경기로 남아있다. 이 경기가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는지, 이마나가는 MLB 진출 직전 마지막 도쿄돔 등판이었던 2023년 7월7일 경기에서는 7이닝 6피안타 1실점 호투와 함께 자신의 한 경기 최다인 1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설욕했다. 다만, 이 때도 홈런으로 점수를 내주긴 했다.

<이마나가의 도쿄돔 등판일지>
2016년 4월22일 7이닝 6피안타 1실점(0피홈런) 0볼넷 6삼진(ND)
2017년 7월2일 5이닝 3피안타 1실점(0피홈런) 2볼넷 5삼진(W)
2018년 7월5일 6이닝 4피안타 3실점(1피홈런) 4볼넷 7삼진(W)
2019년 7월5일 6이닝 5피안타 6실점(2피홈런) 1볼넷 9삼진(L)
2019년 8월25일 6이닝 2피안타 무실점 2볼넷 8삼진(W)
2021년 8월22일 7이닝 5피안타 4실점(3피홈런) 0볼넷 9삼진(ND)
2021년 10월3일 7이닝 3피안타 2실점(2피홈런) 2볼넷 13삼진(ND)
2022년 7월8일 8이닝 1피안타 무실점 1사구 7삼진(ND)
2022년 9월6일 7이닝 6피안타 1실점(1피홈런) 1볼넷 5삼진(ND)
2022년 9월19일 6이닝 5피안타 5실점(4피홈런)0볼넷 5삼진(L)
2023년 7월7일 7이닝 6피안타 1실점(1피홈런) 0볼넷 15삼진(W)
한편 반대로, 야마모토에게 설욕을 해야 하는 선수가 컵스에 있다. 컵스의 또 다른 일본인 선수 스즈키 세이야다.

역시 센트럴리그 소속의 히로시마 도요 카프에서 뛰었던 스즈키는 퍼시픽리그에서 뛴 야마모토와 맞대결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그 얼마 안되는 맞대결에서, 스즈키는 야마모토에게 무기력하게 당했다.
둘의 첫 대결은 2018년 6월14일 오릭스의 홈구장 교세라 돔에서였다. 당시는 셋업맨이었던 야마모토는 8회초 등판해 1사 후 마루에 볼넷을 허용했고, 뒤이어 스즈키를 상대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이후 3년이 지난 2021년 6월11일, 또 교세라돔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각성’ 첫 시즌이었던 그해 무서울 것이 없었던 야마모토는 스즈키와 세 타석을 붙어 3타수1안타 2탈삼진으로 막았다. 2회초와 5회초 연거푸 헛스윙 삼진으로 스즈키를 돌려세웠고, 8회초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를 맞았다. 이날 야마모토는 8이닝을 던져 무려 15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는데, 피안타는 단 2개에 불과했다.
시즌 후 스즈키가 MLB에 진출하면서 맞대결이 없을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해 야마모토가 MLB에 오면서 둘의 맞대결이 다시 성사됐다. 4월7일 첫 대결에서 야마모토는 1회말 스즈키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허용했다. 2회말 두 번째 만남에서는 3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3루수 맥스 먼시의 실책으로 인해 1루로 살아나갔다. 그리고 5회말 세 번째 대결은 야마모토가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며 끝났다.
이후 9월11일 또 다시 둘은 만났고, 이번에는 야마모토가 완벽하게 이겼다. 이날 야마모토는 스즈키와 두 차례 붙어 모두 삼진을 만들어냈다. 1회초 첫 타석에서 바깥쪽 꽉찬 97.6마일(약 157.1㎞) 패스트볼에 꼼짝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한 스즈키는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낮게 떨어지는 92.5마일(약 148.9㎞) 스플리터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이날 야마모토는 4회까지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스즈키는 야마모토가 내려간 뒤 다저스 불펜을 공략해 3안타 경기를 만들어냈다. 일본프로야구 시절까지 합해 스즈키는 야마모토를 상대로 9타석 8타수1안타 1볼넷 6삼진으로 철저하게 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