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조식 기습공탁 사라지나…양형위, 감형인자에 ‘공탁’ 문구 삭제

2025-08-12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 기준상 감형 인자로 적힌 ‘공탁’ 문구를 삭제하기로 했다.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기습 공탁’ ‘몰래 공탁’ 등 꼼수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자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차원이다.

양형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열어 전체 양형 기준의 양형 인자에 적힌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 포함)’ ‘상당한 피해 회복(공탁 포함)’에서 ‘(공탁 포함)’ 문구를 삭제하는 내용의 양형기준 수정안을 심의했다고 12일 밝혔다. 최종 의결은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이뤄질 예정이다. 양형위는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 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할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질적 피해 회복의 정의 규정 중 공탁에 대한 부분은 “공탁에 대한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의 의견, 피고인이 법령상 공탁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회수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 피해 법익의 성질 및 피해의 규모와 정도 등을 신중하게 조사, 판단한 결과 실질적 피해 회복에 해당하는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변경했다.

공탁은 형사 사건 피고인이 사건 피해자가 나중에 수령할 수 있도록 법원에 돈을 맡기는 제도다.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정보가 가해자에게 노출되는 걸 피하면서 나중에 피해자가 피해 회복을 위해 찾아갈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법정에서도 공탁을 피해자 회복을 위한 방안으로 보고 감형 사유로 인정해왔다.

황의조 등 기습 공탁 빈번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그간 피고인들이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감형만 노리는 기습 공탁을 반복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컸다. 피해자에게는 사과하지 않은 채 법원에만 잘 보이려고 공탁한 뒤 실제로 감형을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공탁 후 감형을 받은 뒤 회수하는 이른바 ‘먹튀 공탁’ 역시 반복되며 그 취지가 반감됐다.

예컨대 불법 촬영 혐의를 받는 축구선수 황의조(33)는 지난 2월 1심에서 공탁을 유리한 양형 인자로 인정받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은 1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공탁금 수령 의사가 없다”고 밝혔음에도 1심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해 상당한 금액을 공탁했다”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삼았다.

피해자 측은 지난 6월 2심 첫 재판에서도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은 피고인에 대해 법원이 공탁을 이유로 용서하지 말길 부탁한다”고 했다. 검찰은 “피해자는 합의할 의사가 없다고 했는데도 1심은 공탁을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며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집행유예 상태인 황의조는 소속팀 알란야스포르(튀르키예)와 지난달 2년 재계약을 맺었다.

이 밖에도 와인병으로 아내를 폭행한 중견기업 회장, 경찰관을 폭행한 초임 검사 등 공탁을 통해 감형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공탁이 먹히진 않았지만, ‘신림역 흉기 난동 살인 사건’의 피고인 조선(35)이 지난해 6월 2심 선고 나흘 전 기습 공탁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그간 “공탁은 돈으로 형량을 줄이는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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