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극장 상영 후 최근 OTT로 공개된 유해진·이제훈 주연 영화 ‘소주전쟁’은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뒤 매각된 진로를 모티브로 삼았다. 영화는 글로벌 금융사 ‘솔퀸’이 ‘국보소주’의 자문 과정에서 얻은 내부 정보를 활용해 채권을 매입한 뒤, 의도적으로 회사를 법정관리에 몰아넣고 출자 전환과 매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내용이다.
영화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1조8000억원 상당의 기업가치는 치열한 인수 경쟁 끝에 3조4000억원까지 치솟았다. 최대 채권을 매집했던 외국자본은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경제계는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선진 투자기법을 경험하며 ‘언제, 어느 업종이든 외국자본에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실제 진로는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도 살아나지 못해 2003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가 2005년에 결국 하이트에 매각됐다. 당시 법정관리 신청과 매각을 주도한 골드만삭스가 영화 속 ‘솔퀸’처럼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이 일부 제기됐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이나 내부 정보 활용 규제에 대한 문제의식 자체가 미약했다.
다행히 한국은 그때의 교훈을 상당 부분 흡수했다. 진로 매각이 이루어진 2005년, 국내 사모펀드(PEF) 제도가 공식 허용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후 20년 동안 국내 사모펀드 산업은 약정액 15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약 70조원 규모였던 M&A 시장에서 국내 사모펀드가 주도한 거래 비중은 약 25%를 넘어섰다.
급성장에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특히 최근 몇몇 사례에서 사회적 논란이 발생했고, 정부·국회·업계가 함께 제도 개선 논의를 진행 중이다. 문제는 어떤 방안이 도출되든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해외 사모펀드에는 동일한 개선방안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추가 규제를 실행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일률적 규제가 아니라, 신뢰를 높일 자율적 개선이다. 이미 사모펀드 업계는 자발적으로 사회적 책임투자(SRI)와 이해당사자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차별적 규제의 대상’으로만 취급된다면, 그간 국내 산업과 경제의 변화를 이끌어온 긍정적 역할마저 부정당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주전쟁’은 단지 과거의 사건을 음모론적 시각으로 복기한 영화가 아니다. 20년 전 우리가 치른 값비싼 수업료를 되새기며, 지금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묻는 ‘과거에서 온 메시지’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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