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도 한 발짝

2025-01-16

대학가의 비좁은 한 자취방, 어두운 공간 속 휴대전화 불빛은 오늘도 환하게 켜져 있다. 부지런히 하루를 보낸 후, 따뜻한 이불 속에 누워 휴대전화를 보는 것은 이제 하루 끝의 행복으로 자리 잡았다. 어쩌면 ‘부지런히’라는 단어를 붙임으로써 나의 행위를 합리화하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누워 꽤 오랜 시간 동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보다 보면 어느새 훌쩍 지난 시간에 ‘헉’ 소리가 절로 나온다. 작디작은 고철 덩어리에 붙잡혀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고 잠을 청해야 한다는 자신에게 실망한 것이다. 그렇게 휴대전화를 충전하고 눈을 감으며 다짐한다. “아, 내일은 진짜 10분만 보고 자야겠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책을 열 페이지라도 보고 자야지. 아직 1월이니까 올해 진짜 달라질 수 있어.”

1월은 세상 사람들의 ‘생각’으로 우글우글 모인 집합소 같다. 누구는 담배를 끊겠다고 몇 년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잡고, 누구는 연애하겠다고, 또 누구는 올해 저축을 잘 해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올해 1월, 나는 성인으로서의 세 번째 삶과 맞닥뜨렸다.

스무 살의 1월은 생각보다 아쉬운 입시 결과에 쌉싸름한 감정이 절대적이었고, 스물한 살의 1월은 조금씩 대학에 적응해 가는 나의 모습에 만족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스물두 살의 1월은 조급한 마음으로 가득한 듯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이 대기업에 취업하고, 거금을 들여 유학길에 나서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이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들처럼 작아진다. 특히 밤이면 밤마다 보는 인스타그램이 이런 나의 소심한 마음을 더욱 자극한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무언가를 올리는 것은 인간의 과시 욕구에 기저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보다 훨씬 잘난 타인을 비교하다 보면, 마음 깊은 곳에 큰 구멍이 뚫려 허한 감정을 숨길 수 없게 된다. 그렇게 감정은 허하지만, 영혼만큼은 수분을 잔뜩 머금은 솜처럼 바닥 끝으로 내려가고, 또 한없이 내려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 ‘쿵’하고 무언가에 부딪힌다. 그럼,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한다. “내가 저 사람들을 마냥 부러워하는 것이 큰 의미 있는 시간일까?”

얼마 전, 스무 살 1월에 기록한 수첩을 읽어봤다. 나의 수첩은 단순 일기장 개념이 아니다.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목표 등을 적어 놓은, 이 세상에서 그 당시의 나를 가장 잘 아는 ‘이예령 스무 살 종합 백서-1월 편’인 셈이다. 읽다 보니 고작 한 달의 기록임에도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내리는 감정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어느 쪽은 이 세상에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단어는 전부 모아놓았고, 또 어떤 쪽은 ‘희망’으로 가득했다. 그때는 심각한 고민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이런저런 혼란스러워하는 감정들이 전부 귀여웠다. 이에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걱정들도 몇 년 후면 다 귀여워질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기 가득했던 영혼의 솜이 보송하게 마른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듯, 1월은 새로운 생각과 마음가짐의 집합이다. 여러 생각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스물두 살 1월에 느끼는 조급함이 나쁜 거 같지는 않았다. 조급함을 느낀다는 것은 본인이 타인으로부터 자극을 받았다는 것이고, 이는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을 뒤따라갈 수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감정을 절대 가벼이 하지 않고 두려워도 한 발짝 나아갈 것이다.

△이예령 편집장은 전북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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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입시 #대학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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