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 오태곤의 짜릿한 대타 역전포··· “손이 떨립니다”

2025-03-22

“손이 떨려서 사인을 못 하겠네요.”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한 오태곤(34)의 짜릿한 한 방이 개막전 승패를 갈랐다. 결승 대타 홈런을 때려낸 오태곤 본인이 가장 놀랐다. SSG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순간 소름이 확 올라왔다고 했다.

SSG가 2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두산을 6-5로 꺾었다. 8회까지 4-5로 뒤처지고 있었지만, 1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오태곤이 이영하를 상대로 역전 투런포를 때렸다. 3구째 복판으로 몰린 150㎞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오태곤은 “빠른공을 예상하고 타석에 들어섰다. 1-1에서 어차피 직구, 슬라이더니까 방망이 나가다가 슬라이더 걸릴 것까지 생각하고 타이밍을 앞에도 놓고 쳤는데, 생각대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맞는 순간 비거리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파울 폴 안으로 들어올지, 바깥으로 휘어져 나갈지가 문제였다. 오태곤은 “그 짧은 순간 동안 ‘들어가라, 들어가라’하고 몇 번이나 속으로 외쳤다”고 웃었다.

준비된 한 방이었다. 오태곤은 “감독님께서 경기 후반 대타로 들어갈 거라고 미리 언질을 주셨다. 그게 아니라도 선발로 안 나가는 날은 한 3회부터 더그아웃 뒤에서 몸 풀고 타격연습을 많이 한다. 오늘도 스윙 많이 하고 타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오태곤은 “저뿐 아니다. 후배들한테도 선발로 안 나가는 날은 미리부터 준비하라고 계속 말을 해왔다. 주전들이 야구 하고 있는데, 백업들이 벤치에서 파이팅 많이 한다고 사실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이날도 배팅머신 빠른공으로 계속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경기 후반을 미리 준비했기 때문에 이영하의 빠른공을 넘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오태곤은 지난 시즌 9홈런에 타율 0.275, OPS 0.804를 기록하며 2011년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럼에도 올 시즌 백업 역할을 맡았다. 팀 전반의 ‘리모델링’을 위해 이숭용 감독은 23세 1루수 고명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기로 했다.

오태곤은 “솔직히 저도 사람인지라 그런(아쉽다는) 생각은 든다”면서도 “오늘 (박)지환이, (박)성한이, (정)준재, (고)명준이 있는 거 보고 우리팀 정말 젊어졌다고 얘기했다. 제 입장에서야 입지가 좁아지는 거지만, 어쩌겠느냐. 저도 예전에 롯데에서 유망주라고 기회 받던 그런 때가 있었던 만큼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가운데 더 파이팅 내고, 동생들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있으면 더 가르쳐 주려고 한다. (FA로) 돈도 받았으니 돈값도 해야 하고, 감독·코치님께서 항상 믿어주시는 만큼 윈윈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한테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15년 만에 개막전 홈런은 처음이다. 비시즌 열심히 준비한 보답을 시즌 첫 경기부터 받았다. 오태곤은 “‘논란의 6인방’이 있지 않았냐”고 운을 뗐다. 오태곤을 포함해 최정, 이지영, 김성현, 한유섬, 김민식 등 베테랑 야수 6명은 1차 스프링캠프를 1군 본진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가 아니라 일본 가고시마 2군 캠프에서 치렀다. 베테랑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원 팀’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오태곤은 “안 믿으실지도 모르겠지만, 미안한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6명이 정말 열심히 했다. 6명이라서 훈련양도 정말 많았다. 특히 (최)정이 형이 대단했다. 후배들한테 ‘정이 형 봐라. 300억 받은 선수가 나이 40에 펑고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하는데, 너희는 더 해야 한다’는 말을 해줬다.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오태곤은 ‘데뷔 후 최고의 시즌 출발’이라는 말에 “준비는 잘했고, 결과는 이제 하늘만 안다. 개인 욕심은 없다. 팀이 잘돼야 한다. 백업으로 출발하지만, 후배들 부상 당하거나 컨디션 안 좋을 때, 쉬어야 할 때 잘해서 팀도 잘 되고 저도 인정받으면서 야구 오래 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라도 좋으니 최대한 오래 유니폼 입고 싶다”고 웃었다.

SSG는 오태곤의 한 방을 앞세워 짜릿한 개막전 승리를 거뒀다. 8회 2사 등판한 마무리 조병현이 1.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겼다. 화제의 외국인 투수 두산 콜 어빈은 5이닝 7피안타 3사사구 4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SSG 선발 드류 앤더슨도 3.2이닝 4실점으로 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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