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최형우(42·KIA)의 시즌 타율은 0.280이었다. 주자가 깔린 득점권에선 이보다 높은 0.331의 타율을 기록했다. 최형우가 ‘해결사’라고 불리는 이유다.
KIA는 지난 22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NC와 개막전에서 9-2로 승리했다. 큰 점수 차와 별개로 KIA는 이날 어려운 경기를 했다. 핵심 타자 김도영이 3회 주루 중 허벅지를 다쳐 교체됐다. KIA 타선은 NC 좌완 선발 로건 앨런에게 막혀 6회까지 1득점에 그쳤다.
제임스 네일이 5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6회 등판한 곽도규와 조상우가 연이어 흔들리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7회까지 1점 차로 끌려가던 KIA는 8회 대반격에 나섰다. 1사 1·2루에서 나성범이 NC 전사민을 상대로 동점 적시타를 때렸고, 패트릭 위즈덤이 볼넷을 골라 만루 기회가 이어졌다.
이 찬스가 최형우에게 걸렸다. 앞서 3번의 타석에서 무안타로 침묵한 최형우는 바뀐 투수 김재열의 4구째 커터를 받아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큼지막한 2타점 역전 2루타를 날렸다. 불을 뿜기 시작한 KIA는 8회에만 8점을 뽑아 개막전 승리를 따냈다. 결승타의 주인공이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주자가 쌓이면 긴장보다 설렘을 느낀다고 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최형우는 “그전 타석까진 외국인 투수에게 당하고, 주자도 없었는데 마지막에 재밌는 찬스가 왔다”며 “어떻게든 기회를 살리자고 생각하고 타석에 섰다. 마침 실투가 들어와 놓치지 않고 쳤다”고 말했다.
누구나 최형우처럼 득점 기회 앞에서 대범할 순 없다. 최형우는 “어릴 때는 주자가 다 돈이라는 생각으로 쳤다. 그래야 긴장을 덜 하고 재밌게 타석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지금은 주자가 있으면 그냥 재밌다. 긴장이 설렘으로 바뀌고 집중력도 높아진다”고 전했다.
지난해 KIA의 4번 타자로 활약한 24년 차 베테랑 최형우는 올해 타순 부담을 조금 내려놓고 시즌을 시작했다. 개막전에 5번 타자로 출장했지만, 개인적으론 6번 타순을 희망한다. 그는 팀이 더 강해지려면 자신이 밀려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형우는 “팀에 워낙 좋은 타자들이 많다. 4번 타자는 안 하는 게 좋다”며 “5번도 상관없고, 지금보다 한 계단 내려가도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