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12억 5000만 유로(약 2000억 원)에 인수한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프라다는 전날 베르사체의 모회사인 미국 카프리홀딩스와 베르사체 지분 100%를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주력 브랜드인 프라다와 미우미우를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펼쳐온 프라다 그룹으로서는 10년 만의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인수 절차는 올해 하반기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1978년 설립된 베르사체는 의류부터 액세서리, 향수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2025년 3월 기준 매출은 8억1000만 달러(1200억 원) 수준이다. 베르사체 인수가 완료되면 프라다 그룹의 매출은 단순 합산 기준으로 약 1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에 맞서는 규모로 럭셔리 시장의 새로운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프라다의 안드레아 게라 최고경영자(CEO)는 "베르사체의 잠재력은 크며, 우리는 새로운 장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르사체의 고객층과 브랜드 정체성이 프라다나 미우미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하며, 현재 베르사체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미우미우를 성장시킨 경영 노하우를 적용해 성장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베르사체 인수가 프라다의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프라다는 1990년대 대형 그룹화를 목표로 미국 헬무트랭, 이탈리아 펜디 등 여러 브랜드를 인수했으나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채 부담 증가로 경영난에 빠진 바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인수했던 대부분의 브랜드를 매각한 이후에는 프라다와 미우미우, 영국 처치 등 핵심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한편 2018년 베르사체를 약 21억 5000만 달러(3조1306억 원)에 인수했던 카프리 홀딩스는 손실을 보고 베르사체를 팔게 됐다. 카프리 홀딩스는 베르사체와 지미추를 매각한 뒤 마이클 코어스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카프리 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의 56억 달러(8조2000억 원)에 비해 소폭 감소한 52억 달러(7조6000억 원)로 베르사체의 매출은 이 중 약 20%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