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이 입안에 들어가면 치아 사이에서 씹히고 타액과 섞이면서 삼키기 좋은 음식덩이가 된다(구강기). 이렇게 형성된 음식덩이는 혀 운동에 의해 인두로 넘어가(인두기) 식도로 들어간다(식도기). 인두기와 식도기의 조절은 본인 의도대로 할 수 없지만 구강기의 조절은 의도대로 할 수 있다. 삼킴의 첫 단계 구강기에서 치과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구강기는 다음과 같이 세분된다.
숟가락이나 컵 속의 음식을 혀와 입술로 가져와 액상은 삼키고 고형은 치아로 이동시켜 침과 섞으면서 잘게 부수어 부드럽게 응집된 음식덩이의 형성이다. 구강기 삼킴 장애란 이러한 일련의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사레와 질식(窒息), 기도 흡인과 흡인성 폐렴이 반복해서 발생하지만 그 동안 방치해 왔다. 이번 시론에서는 노인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되는 구강기 삼킴 장애에 대한 치과의사의 역할에 대해 강조해보고자 한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조기 발견: 음식덩이 형성 부전과 삼키는 시간 지연
음식덩이가 혀를 통해 입천장으로 밀어 올려진 후 뒤쪽의 인두로 넘어가면 설인신경의 인두감각수용체에 의해 삼킴 중추의 고립핵(solitary nucleus)으로 신호가 전달된다. 이로 인해 인두기가 자발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삼키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는 정상 인두기를 보이는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노화에 따른 구강, 인두, 식도 주변의 근력과 그들의 협응력 및 조절 능력의 감소로 잘 삼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전형적인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형태로서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장기입원 및 장기요양 노인에서 흔하다. 이는 뇌졸중, 파킨슨병 등에 의한 구강주변 근력 약화로 제한된 구강운동과 협응력 및 조절 능력의 감소와 함께 음식물 섭취와 관련된 명령 수행 능력의 저하로 기인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기관 삽관이나 기관절개술, 비위관이나 위루술, 복용 중인 약물(신경안정제, 항우울제, 근육이완제 등)로 인해 그들의 의식 혹은 인지가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삼키는 문제의 시발 부위가 인두기나 식도기가 아닌 음식을 입에 넣어 조작하거나 잘 씹지 못하고 잘 삼키지 못해 나타나는 구강기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전형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구강주변 근력의 약화와 감각 기능의 둔화로 입술이 열려 있기에 음식물 수집이나 조작이 어렵고 자주 흘린다. 또 혀 근력의 약화와 움직임의 둔화로 음식을 적절히 조작하거나 이동시키지 못해 음식덩이를 잘 형성하지 못하기에 잘 삼키지 못한다. 이로 인해 음식을 본인의 의도(수의적)대로 나누어 삼키게 된다. 이것이 음식을 삼키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정상(1-1.5초)보다 훨씬 더 길어지게 하는 이유이다. 또 음식을 삼킨 후에도 덩이 형성이 안된 음식이 계속 입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이때 남아 있는 음식 조각이 크면 잘 삼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삼킨다 하더라도 사레가 들거나 질식이 초래될 수 있고, 또 음식덩이가 입안에 산재(散在)되기에 흡인의 위험이 증가하면서 흡인성 폐렴의 발생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것이 치과의사가 구강기 삼킴 장애 노인에서 음식덩이가 잘 형성되지 않고 또 삼키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조기 발견하여 불결해진 구강과 저하된 구강기능을 적절히 관리해 주어야 할 이유이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지속 방지: 저작기능 회복으로 흡인성 폐렴 등 예방
구강기 삼킴 장애는 특별한 신경학적 이상이 없는 일반 노인의 10%와 장기요양 입원자, 요양시설 입소자 및 대학(형)병원 재활센터 입원자의 약 30-40%에서 보고될 정도로 흔하다. 심지어 일본 상황과 비슷하게도 국내 뇌졸중과 파킨슨병 노인의 거의 절반과 알츠하이머 치매 노인의 7-90%에서 구강기 삼킴 장애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일본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구강기 문제를 아무런 구강 중재 없이 장기간 지속시키면서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심한 탈수와 구호흡으로 인한 극심한 입마름을 보이며, 이것 또한 구강기 삼킴 장애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들 노인에서는 다수 치아가 빠져 있는 상태로 오랜 기간 보철수복 없이 방치해 놓았기에 교합력이나 저작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씹을 수 있는 음식의 가짓수가 현저히 줄어들고 또 단조로운 구강기 삼킴 장애식에 지속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게 한다. 결국 영양결핍과 체중감소는 물론 근감소증으로 이어져 거동 자체가 힘들어 지거나 아예 할 수 없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장기요양 및 입원 노인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구강기 삼킴 장애가 그들의 사망원인 1위인 높은 흡인성 폐렴의 발생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뇌졸중 노인에서의 흡인성 폐렴은 무증상 흡인이 있는 경우 3.2배, 기도 흡인이 확인된 경우 11.6배로 대폭 증가한다.
따라서 침상선별검사로는 확인이 어려운 무증상 흡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치과의사는 구강기 삼킴 장애에 대한 주의 집중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 장기요양시설에 폐렴으로 입원한 노인의 절반 이상에서도 구강기 삼킴 문제가 있는 경우 흡인성 폐렴이 주 사망원인이었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비슷한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지속은 저작기능 저하 혹은 저작장애의 다른 표현으로 영양 및 수분 결핍, 전해질 불균형, 체중감소 및 흡인성 폐렴 발병으로 이어져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되기에 치과의사에 의한 저작기능 회복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의 빠른 중재: 적시의 구강기능재활과 식이 조절 등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그들의 기저질환에 따라 중재 혹은 관리로 진행한다. 뇌졸중의 구강기 삼킴 장애나 초기 알츠하이머 치매에서의 식이 섭취 제한은 빠른 중재가 필요한 반면에 파킨슨병에서는 혀의 떨림(tremor)에 의해 서서히 악화되기에 관리 위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에서 치과의사가 주로 할 수 있는 중재에는 구강기능재활과 식이 조절이다. 우선은 약해진 혀, 입술, 볼 등 구강주변 근력을 강화시켜 잘 씹고 잘 삼키게 하는 구강기능재활 기법이다. 이로 인해 타액 분비가 촉진되고 삼킴과 관련된 근력의 강화와 협응력 및 조절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이후 보호자에게 영양관리, 구강관리 및 기도 흡인 관련 교육을 제공한다.
다음은 식이 조절로서 음식의 점도, 질감, 크기, 맛, 온도 등을 조절하여 천천히 소량으로 여러 번 삼키게 하는 기법이다. 이때 전분, 구아검, 잔탄검 등 점도조절제로 음식의 흐름성을 조절하고, 음식의 질감과 크기와 맛 등을 변화시켜 식욕촉진은 물론 기도 흡인 없이 최대한 섭취하게 한다. 노인의 상황에 따라 특수 숟가락, 접시 등 보조용구를 사용하거나 머리를 뒤로 젖혀 삼키게 하는 것도 좋다. 통상 음식의 점도와 흡인율은 반비례한다. 음식을 삼킬 때 점도를 높이면 흡인의 위험을 줄이고 안전하게 삼킬 수 있다. 하지만, 점도를 너무 높게 하면 음식의 이동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져 충분한 양을 섭취할 수 없고 오히려 음식덩이가 입안에 남게 되어 흡인의 위험성이 증가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음식 삼키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확인되면, 우선 삼킴 장애 검사를 통해 흡인의 위험이 없는 적절한 점도로 가능한 한 많은 양을 섭취하게 한다. 만약 묽은 점도에서 흡인 증상이 나타나면, 중간 넥타(nectar) 액상 혹은 된 꿀(honey) 액상 중에서 흡인의 위험 없이 최대한 빠르게 삼킬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보통은 된 꿀 액상보다는 중간 넥타 액상이 더 선호된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강기능재활과 식이 조절이야 말로 치과의사가 반드시 적시에, 적절히 개입해야 할 중재임이 분명하다.
노인 구강기 삼킴 장애에 대한 치과의사의 조기 발견과 지속 방지를 위한 빠른 중재는 아무리 강조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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