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근영의 ‘아는 그림’
최근 몇 년간 세계 미술계는 ‘파티 타임’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스위스 출신 화가 니콜라스 파티(44). 이 젊은 화가가 르네 마그리트,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 그리고 한국의 국보와 함께 본인의 벽화를 전시했습니다.
용인 호암미술관이 마련한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에는 개막 두 달여 만에 9만 명 넘게 다녀갔습니다. 그의 생애 최대 규모 전시회입니다. 파스텔로 벽화를 그리고 전시가 끝나면 사포로 지워버리는 이 화가, 왜 좋을까요?
내년 1월 19일까지 열리는 호암미술관의 ‘니콜라스 파티: 더스트’ 전시 티켓을 구독자 10분께 2매씩 보내드립니다. 기사 맨 아래 구글폼 링크로 이벤트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용인 호암미술관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붉은 배경의 거대한 폭포 벽화가 그려졌습니다. 실제 폭포를 사생한 게 아니라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남긴 많은 폭포 그림을 참고하되, 풍경화에 없을 색깔로 만들었습니다.
전시 현장에서 직접 파스텔로 벽화를 그리는 화가 니콜라스 파티의 신작입니다. 지난 여름 6주 동안 작가는 용인시민으로 살면서 호암미술관 벽에 5점의 벽화를 그렸습니다.
‘아는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는 것들
📌기차에 낙서하던 고교 중퇴 소년, ‘미술계 라이징 스타’ 로
📌역사 뒤로 사라졌던 파스텔의 부활
📌화려한 색감 뒤에 숨은 올드 마스터들의 그림자
📌자연도, 인간도, 내 그림도 사라진다: 지워버리는 벽화
💰경매 달궜던 니콜라스 파티 그림들, “조정기 들어갔다”?
그렇다고 즉흥적으로 쓱쓱 그린 건 아닙니다. 그림마다 이제는 역사가 된 거장의 그림자가 숨어 있습니다. 훅 불면 날아갈 듯한 파스텔로 그렸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그림이죠. 벽화 앞에 놓인 우리 문화유산들이 품은 역사만큼이요. 이제 파티의 전시장에서 숨은그림찾기를 해볼 참입니다.
재난의 흔적처럼 보이는 ‘구름’(2024) 벽화 앞 ‘부엉이가 있는 초상’(2021)은 어떤가요. 독일 영화 ‘푸른 천사’(1930)의 주연 배우 마를렌 디트리히를 모델로, 부엉이는 르네 마그리트의 ‘공포의 동반자’(1942)와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은 부엉이’(1506)를 한 화면에 샘플링했습니다. 샘플링은 기존 곡의 일부 구간을 새로운 곡에 삽입하는 걸 뜻하는 음악 용어입니다. 여러 시대의 이미지를 조합하고, 여기 보라 색조를 입혀 파티만의 묘한 인물화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