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개척하자" 이후 침묵하는 이재용, '현장경영' 만지작

2025-02-05

'삼성 부당 합병' 승계 의혹에서 벗어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행보는 미래 구상이었다. 이 회장은 4일 오후 서울 서초사옥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 스타게이트 협력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손 회장은 3자 회동 직후 '삼성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주 좋은 논의를 했다"며 "모바일, AI 전략을 논의했으나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며 말을 아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최소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AI 인프라 프로젝트를 뜻한다.

기대를 모았던 이 회장의 메시지는 없었다.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하루 만에 비즈니스 미팅에 나선 만큼 공개적인 대외 활동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을 만난 미국 출장 당시 "삼성의 강점을 살려 삼성답게 미래를 개척하자"고 언급한 이후 약 8개월 동안 구체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선 반도체 부진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삼성전자의 현 상황을 고려해 이 회장이 '위기 극복'을 위한 대외 메시지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회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4주기(10월 25일), 삼성전자 창립 기념일(11월 1일), 고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 37주기(11월 19일), 삼성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12월 6일)에 이어 새해에도 침묵을 지켰다.

또 미국 출장 이후 현장 경영 발걸음도 뜸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기 수원사업장과 필리핀 사업장을 방문한 지난해 6월과 10월을 제외하면 공식적인 현장 경영에 나서고 있지 않다. 이외에 작년 하반기에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와 회동,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 막내아들의 결혼식과 파리올림픽, 최태원 SK 회장 차녀 결혼식 등에 모습을 보였다.

당시 이 회장의 행보는 9월부터 '삼성 부당 합병' 관련 항소심이 시작됐고 연말에는 탄핵 정국까지 겹친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기소한 이후 5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해소된 만큼 앞으로는 경영 보폭을 넓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이 항소심 판결문을 분석해 상고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으나 사건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1·2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초 서울 우면동에 위치한 삼성리서치를 찾아 새해 첫 현장 경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그는 6세대 통신 사업 전략을 모색하고 연구원들과 소통 행보에 나섰다. 현장에선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다"며 "과감하고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올해 처음으로 방문할 사업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삼성전자의 로봇사업이나 삼성SDI가 조만간 양산하기로 한 차세대 배터리 46파이 전지를 점검하거나 10년 만에 삼성중공업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주주들과의 소통과 책임 경영을 위해 사내이사 복귀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날 삼성전자는 박학규 사업지원T/F 담당 사장이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고 밝혀 이사회 자리에 결원이 생긴 상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