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대부 방시혁 ‘부당이득 논란’ 쟁점 분석
K팝의 대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2020년 이후 신규 상장한 기업의 창업자 중 3조원대 주식을 보유, ‘자수성가형 주식부호’ 1위에 꼽힌다. 거기엔 그러나 ‘사법리스크’란 꼬리표도 달려있다. 1일 출국금지에 이어 소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수사당국은 방 의장이 2019년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전 투자자에게 “IPO 계획이 확정된 바 없다”고 소통하면서도 실제로는 상장을 추진하고 임원이 설립한 사모펀드(이스톤에쿼티파트너스)를 통해 1900억원대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보지만, 하이브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법(제178조)이 비상장주식 간 사적 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 판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 쟁점은 ▶상장 계획 은폐 여부 ▶측근 펀드를 통한 ‘기획 거래’ ▶이익배분 약정의 공시 누락 등이다. 세 가지 핵심 쟁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1. 기존 투자자 속였나
하이브의 기업공개(IPO)는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방시혁 의장은 2017년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초기 투자자인 레전드홀딩스, LB인베스트먼트 등과 IPO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실제 상장 준비는 2년 뒤인 2019년부터 본격화됐다.
수사당국은 이 시점 하이브가 기존 주주에게 “당분간 상장 계획 및 시점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소통한 것을 ‘기망 행위’로 보고 있다. 당시 레전드캐피탈, LB인베스트먼트, 알펜루트자산운용 등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이스톤PE에 보유 지분을 3만~4만원대에 매각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IPO 공모가는 13만5000원, 상장 첫날 종가는 25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당국은 “상장 정보를 숨겨 저가 매각을 유도했다”고 본다. 결정적 증거는 IPO 사전 절차인 지정 감사를 2019년 8월 신청했다는 점이다.

반면 하이브는 “지정 감사는 투자자(레전드캐피탈) 요청에 따른 행정 절차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외국 자본 유치와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으며, 손정의 회장 측 비전펀드와의 협상이 결렬된 뒤에야 상장으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 BTS의 글로벌 성공이 예기치 못한 호재로 작용하면서 IPO 일정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다. 하이브는 기존 주주 역시 지정 감사 절차를 인지하고 있었고, 상장 시점은 시장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하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본다.
2. 기획펀드인가, 구원투수인가
하이브 지분을 인수한 이스톤PE는BTS 데뷔 전 하이브 초기 투자자였던 김중동 전 SV인베스트먼트 상무의 주도로 설립된 곳이다. 경찰은 방시혁 의장과 친분이 깊은 김중동씨를 내세워 ‘기획펀드’를 조성하고, 기존 지분을 낮은 가격에 사들여 상장 차익을 노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외국 자본이 잇달아 이탈한 상황에서 이스톤은 회사를 살린 구원투수였다”고 주장한다. 당시 하이브는 BTS 단일 매출 구조, 멤버 병역 문제, 글로벌 경기 침체로 투자 매력이 떨어져 미국·일본계 사모펀드 3곳이 실사 후 투자를 포기했다. 결국 회사를 가장 잘 아는 김중동 씨와 이스톤이 마지막으로 나섰다는 것이 하이브의 말이다. 2019년 6월 이스톤 1호 펀드 결성 당시 목표 금액은 500억원이었지만, 이를 채우지 못해 방 의장이 나머지를 떠안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 이스톤2호 펀드가 LB·레전드·알펜루트 등 3사의 빅히트엔터 지분 8.7%(1046억원)를 인수했다.
3. 부당이득인가, 위험보상인가
이스톤2호 펀드의 투자제안서(IM)에는 3년 내 상장 실패 시 방 의장이 투자원금에 연 7% 상당의 이자를 더한 금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IPO가 실패하면 방 의장이 사재로 지분을 되사주고, 성공하면 차익의 30%를 받는 구조였다. 수사당국은 이를 “상장 흥행을 미리 예견한 부당이득”으로 해석하지만, 하이브는 “사모펀드 측이 요구한 리스크 분담형 계약으로, 고위험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었다”는 입장이다.
방 의장은 IPO 이후 매각 차익의 30%에 달하는 약 1900억원을 정산받았다.
경찰은 하이브가 이러한 이익배분 약정을 증권신고서에 누락한 점을 들어 ‘사기적 부정거래’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은 2024년 12월 이전까지는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었다. 하이브는 “주관사(NH투자증권 등)에 계약서를 제출했다”며 “고의 누락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는 이번 사건의 쟁점을 ‘기망의 의도’와 ‘피해의 실체’ 입증 여부로 본다. 하이브 상장 전 지분을 매각한 주체는 사모펀드 등 전문투자자다. LB는 1900%, 알펜루트는 60%, 일부 지분을 끝까지 보유한 중국계 레전드는 그보다 높은 이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관계자는 “전문투자자는 재무와 시장 상황을 종합해 상장 가능성과 기업가치를 판단한다”며 “‘상장 시점 미정’ 같은 단편적 발언만으로 수백억원대 지분을 처분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칫 사모펀드의 이익 극대화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건 결과에 따라 비상장 지분 거래와 IPO 전 리스크 분담 구조의 경계가 새로 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