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이 대세'···경쟁 입찰 피하는 건설사들

2025-04-07

건설업계에서 경쟁 입찰을 피하고 수의계약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낮아진 상황에서, 막대한 설계·홍보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공사비를 둘러싼 출혈 경쟁도 지양하겠다는 전략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사업 및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재건축 사업의 시공사 선정이 모두 유찰됐다. 두 사업은 각각 1조5139억원, 1조7000억원 규모의 '강남권 대어급' 정비사업지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각각 현대건설과 GS건설만 사업의향서를 제출해 유찰됐다.

현행법상 시공사 선정 입찰은 두 곳 이상이 참여한 '경쟁입찰' 조건이 성립돼야만 시공사 선정 단계를 밟을 수 있다. 만일 한 곳만 단독 응찰할 경우 유찰되고, 유찰이 2회 이뤄지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연속 유찰에 수의계약으로 선회하는 강남권 노른자위 정비사업지는 속출하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 1828가구 규모(공사비 1조310억원)의 신축 대단지를 추진 중인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수의계약으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인근 삼호가든 5차 재건축 조합도 수의계약 전환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으로 삼성물산을 택했다.

지난해에는 송파구 잠실우성4차(DL이앤씨), 가락삼익맨숀(현대건설), 삼환가락(GS건설) 재건축사업 등도 잇단 단독 응찰 이후 결국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또한 서초구 신반포2차는 두 차례 유찰 후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바 있다. 또 지난 2월에는 서울 송파구 대림가락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삼성물산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수의계약 확산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건설 원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건설사들의 원가율을 위협하면서, 경쟁 입찰로 공사비를 낮추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적정 공사비가 보장된 현장을 최우선시하는 추세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해 신규 사업지 수가 줄면서 건설사들은 현장별 수익성을 보강할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또 입찰 참여를 위한 설계비 지출과 경쟁적인 홍보비용 및 인건비 지출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한 메이저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시내 대형 현장의 경우 설계비용과 홍보비 등에 최소한 수십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까지 투입된다"며 "선택과 집중으로 비용을 절감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대형 건설사들의 '선점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대형사들은 사업성이 뛰어나거나 입지 등 상징성을 겸비한 단지를 미리 점찍어 두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재건축 추진위 또는 조합과 우호적 관계를 형성해 간다. 이로써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고 경쟁사들의 진입 욕구를 차단해 추후 수의계약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이를 '조기 접촉–장기 협상' 모델로 일컫는 데 최근 1~2년 사이에 효과적인 영업 전략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의계약 확대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합의 마음을 얻기 위한 건설사 간 공사비·특화설계·조경 등의 경쟁 자체가 사라지면 결과적으로 소비자인 조합원은 물론 향후 수분양자들에게도 손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또한 특정 업체와 조합 집행부 사이의 유착이나 특혜 시비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의계약 선호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이 불확실한 만큼 건설사들이 '총량전'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임원은 "요즘은 물량만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리스크관리가 훨씬 중요한 시점"이라며 "정책·금융·원가 모든 변수가 커진 만큼, 회사는 소모적인 경쟁보다 확실한 사업지에 집중하는 게 생존 전략이자 기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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