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작은 무언가라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2024년 영국 매체 가디언이 올해의 축구 선수로 꼽은 덴마크 여자축구국가대표팀 소피에 융에 페데르센(32)이 한 말이다.
페데르센은 28일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희망이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된다”며 “어려울 때도 있지만, 희망을 가져야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가디언 올해의 축구 선수는 단순히 경기력만으로 주어지는 상이 아니다. 상은 역경을 극복하거나, 타인을 돕거나, 정직하고 스포츠맨십 넘치는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인 선수에게 수여된다. 가디언은 “페데르센은 축구에서 거둔 성취뿐 아니라, 기후 변화 대응과 인권 옹호를 위한 활동에 헌신했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공개 서한을 작성하는 등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특별한 선수로 인정받았다”고 전했다.
페데르센은 현재 이탈리아 인터밀란에서 뛰고 있다. 유벤투스에서 뛰면서 네차례 세리에 A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서 여러번 정상에 올랐다. 그는 2011년부터 덴마크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88차례 A매치를 뛰었다. 가디언은 “유로 2025에서 100번째 국가대표 출전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환경 보호와 인권 보호 등에서 엘리트 스포츠 선수로서 틀을 깨는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페데르센은 2023년 FIFA와 사우디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의 스폰서십 계약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작성하는데 앞장섰다. 이 서한은 “여성 축구에 대한 강력한 타격”으로 계약을 규정하며 FIFA가 아람코와 관계를 단절해야한다고 요구했다. 27개국에서 여성선수 135명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페데르센은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중요하다”며 “우리는 차별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페데르센은 2023년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기간 선수들이 항공 여행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그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죄책감을 느낀다”며 모든 비행에 대해 탄소 배출 보상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축구연맹(UEFA)에 팀이 일정 시간 내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하도록 하는 규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축구가 발전함에 따라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며 “항공 여행이 축구 산업에서 가장 큰 탄소 배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페데르센이 환경과 인권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5)였다. 당시 17세인 그는 케냐와 탄자니아를 방문하며 기후 변화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목격했다. 그는 “우리는 부유한 세계에서 책임을 다해야 하며,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데르센의 사회적 의식은 어린 시절부터 형성됐다. 가디언은 “덴마크에서 세 남매와 함께 자란 그는 정치적 토론이 일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했다”며 “‘세금을 기쁘게 낸다’는 어머니 말은 페데르센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페데르센은 덴마크난민위원회와 협력해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온 난민들과 교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또한, 가나와 잠비아에서 스포츠를 통해 소녀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가디언은 “페데르센은 축구계 경계를 넘어, 사회적 책임과 변화를 이끄는 진정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