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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년 새해의 설 연휴도 지났습니다. 지난 한 해 우리 병원을 내원한 장애인 환자분들을 돌아보며, 그분들에 대한 올 한 해의 저의 새해 소망도 기원해 봅니다. (실명 사용을 동의받은 오민택 군과 최명숙 님을 제외한 다른 성명은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민택이, 근 4~5년 만에 내원했구나. 98년 네가 8살 초등학교 입학 시 처음 우리병원에 부모님과 휠체어를 타고 내원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서른을 훌쩍 넘어서 턱에는 수염이 가득 찬 청년이 되었네.
기억나니? 20년도 훨씬 전 나에게 치료를 받고 마치는 날 편지봉투를 선물로 줬지. 제대로 읽기 어려운 서체로 봉투에 이름을 적고, 나의 초상화를 그려 선물했던 우리 민택이, 이제는 너를 처음 치료했던 30대의 나도 50살을 훌쩍 넘어 60살을 향해 가고 있고, 같이 내원 하셨던 부모님도 너를 체어에 옮기기 힘 부쳐 하는 70이 넘으신 나이가 되셨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찾아오는 민택이에게 이 선생님이 최선의 치료를 해 주었는가 반성도 하게 된다. 올해는 민택이 다른 합병증 없이 건강한 한 해가 되고 이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너를 사랑하고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마음이 맑은 청년 오민택,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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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숙 님, 뇌성마비 복지관 소개로 저의 병원에 내원하셔서 37번 발치 후 임플란트를 시술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과연 심한 뇌성마비로 진료 시 계속 몸을 불수의적으로 흔들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임플란트 식립은 저에게도 힘든 시술이었습니다. 전신마취하의 진료도 추천했으나 두려움으로 전신마취 없이 치료를 원하여 여러 고민과 Digital Guide 등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치료를 진행했던 작년 한 해는 환자분도 힘들고 저도 힘든 시간이었네요.
특히 C.O.Bite 체득이 어려워 여러 번 상부 보철물에 대한 고민을 했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아 이렇게 최종 보철물 부착을 위해 오셨을 때 저 또한 환자분만큼 기뻤습니다. 더군다나 최종 내원 시 본인이 시인임을 밝히고 시집을 선물했을 때, 뜻밖의 선물이었지만 그래도 최명숙님의 가장 소중한 인생의 결실을 마음을 담아 저에게 선물했다 생각되어 더더욱 감사했습니다. 최근에 목 디스크가 심해져서 건강이 좋지 못하시지만 올 한 해는 목 디스크도 호전 되시고 무엇보다 소망하시는 새로운 시집 발간이 잘 이뤄지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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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14살에 처음 내원한 수빈이(가명), 자폐성 발달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웠지만 계속된 Tell-Show-Do로 행동조절을 하며 치료를 어렵게 진행했을 때 포기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잘 따라와 줬고, 처음으로 나와 눈을 마주쳐 주었을 때 나의 진심을 네가 알아준 것 같아 고마웠다. 심한 Thumb Biting 자해로 매번 밴드가 감긴 엄지손을 보며, 얼굴도 이쁘고 고운 아이인데 장애만 아니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했었지.
이번에 서른 살 숙녀가 되어 정기검진으로 어머님과 내원 시 변경된 상용 약을 문진하니 피임약을 복용 중이라 하여 내심 당황했었다. 어머님 말씀으로는 장애학교 졸업 후 시설에 왕래하는데 24시간 케어가 어려워 원치 않는 임신이 우려되어 피임약을 복용시킨다는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장애인의 성 문제도 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치과 치료 시 항상 두려운 얼굴로 내원하지만, 치료 후 나갈 때는 언제나 눈을 마주쳐 주고 인사를 하는 우리 수빈이, 올 한 해는 너에게도 부모님 이상으로 서로 사랑해 주고 위로해 주는 좋은 남자 친구가 생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지난 한 해 심한 뇌성마비 장애로 정말 저 포함 직원들도 고생고생하며 치료했던 보철물이 얼마 안 가 탈락했다고 김준식님(가명) 어머님께서 내원하여 항의 후 환불을 요청했을 때 환불은 문제가 아니지만 아드님을 생각하시면 다시 치료해야 하는 것 아닌가 설득을 하니 ‘잘할 줄도 모르는 사람이 왜 치료를 하려고 하느냐’는 항의를 면전에서 받았습니다. 손상된 자존심에 더 이상 잡지 않고 환불하고 보내 드렸는데, 함께 온 김준식님이 병원을 나가며 여러 번 미련 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었죠. 지금 생각하니 환자를 생각한다면 자존심을 뒤로 하고 한 번 더 설득 했어야지 않았나 후회가 됩니다. 물론 다시 내원하시지 않겠지만 혹시라도 올해 다시 내원하시면 좀 더 잘 세심하게 치료해보겠다 다짐해 봅니다.
그 외 작년 한 해 우리 병원을 찾아주신 모든 장애인 환자분께 새해에는 항상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 또한 치과주치의로서 여러분의 구강건강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원하신 장애인 환자분들과 가족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