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부당지원 혐의에…삼표 '편법승계' 의혹 재조명

2025-03-20

레미콘 원자재를 시세보다 비싸게 구입하는 수법으로 ‘총수 2세’ 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기소된 시멘트 업체 삼표산업의 홍성원 전 대표 첫 공판이 다음주 열리면서 건설 기초소재 기업 삼표그룹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남인 정대현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에스피네이처 등 계열사 부당 지원 의혹과 관련해 법정 다툼이 본격화하면 ‘편법 승계 의혹’이 재조명될 가능성이 크다. 시멘트 등 주력 사업의 업황이 악화하고 부동산 개발업 등 신사업과 관련해서도 친인척 논란이 계속 되는 상황이어서 삼표그룹의 경영권 상속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은 2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홍 전 대표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27일 검찰이 기소한 지 석달여 만이다. 홍 전 대표와 삼표산업은 총수 2세인 정 부회장이 지분 71.95%를 소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피네이처에 2016~2019년 약 75억 원의 부당이익을 몰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8월 삼표산업이 에스피네이처로부터 레미콘 원자재로 사용되는 시멘트 대체재인 분체를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입해 에스피네이처가 모든 거래에서 시세 대비 4%의 이득을 보게 했다고 검찰에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삼표산업이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에스피네이처를 삼표그룹 승계 자금줄로 활용하려 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골재·레미콘 제조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에스피네이처는 2004년 설립된 대원을 모태로 한다. 이후 2013년 신대원, 2017년 삼표기초소재, 2019년 경한·네비엔 등 그룹 계열사를 연이어 흡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이로써 설립 당시 680억 원 수준이던 자산 총액은 2023년 8990억 원으로 불어났다. 특수관계자 거래내역을 보면 계열사와 에스피네이처 간의 내부 거래는 현재도 활발하다.

정도원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2023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대현 부회장에게로의 승계 작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리스크까지 불거지자 그룹 내부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표산업이 지난해 9월 공정위를 상대로 낸 116억 원의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6개월이 지났음에도 재판부는 공판 기일조차 잡지 않은 상태다.

사업 환경도 삼표그룹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우선 주력 사업인 시멘트 업황이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출하량은 4419만 톤으로 전년 대비 11.6%가량 감소했다. 올해는 4000만 톤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삼표도 실적 악화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사업 리스크’도 있다. 서울 성수공장 부지 개발이 본격화하면 현대제철이 현대차그룹과 사돈 관계인 삼표그룹에 미래가치가 최대 2조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부지를 삼표에 헐값에 넘겼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 현대제철은 2022년 성수동 공장 부지를 삼표산업에 3824억 원에 매각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전방산업 악화로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삼표그룹은 승계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까지 불거졌다”며 “삼표그룹은 투자와 경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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