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니 우편함이 보였다.
몇 호인지 다시 안 찾아봐도 의뢰받은 집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우편물이 가득 쌓여 곧 터져 나올 지경의 우편함.
거기다.
의뢰인의 아들이 죽은 곳은.
여러 종류의 신용정보회사 우편물.
관리비 미납 고지서.
체납 세금 독촉장.
그 작은 함에 돈 소리가 쟁쟁했다.
절로 나오는 한숨을 삼키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현관문 열어놓으면 안 됩니다.
웬만하면 한 번에 짐을 빼고 문을 빨리 닫읍시다.”
함께 간 직원에게 하는 지시인지, 나에 대한 다짐인지.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중얼거렸다.
3주 만에 발견된 현장이었다.
각오를 좀 해야 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독기 버튼부터 눌렀다.
“문 닫아요!”
범죄자 소굴에 연막탄을 터뜨리고 진격하듯 퇴로도 막았다.
시취 위로 소독약이 하얗게 내려앉는다.
집 안엔 금세 뿌연 연무가 가득하다.
나는 그 사이로 총을 겨누듯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