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수요 부진에도 중국산 철강재 수입은 늘어
저가 수입재 폐해에 현대제철 이어 포스코도 규제 공감대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 기대…열연강판도 제소 검토 중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저가 중국산 철강재의 무분별한 수입을 막기 위해 나섰다. 현대제철에 이어 포스코도 중국산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두 회사가 같이 움직일 경우 중국산 수입 규제 강화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서만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향후에는 열연강판 등 다른 철강재로 범위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로 들어온 중국산 철강재는 674만 톤으로 집계됐다. 국내 철강 수요가 부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 늘어난 수치다.
문제는 국산 철강재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되다 보니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익 확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조29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현대제철은 같은 기간 2053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80% 줄었다.
중국산 저가 수입이 줄어들지 않고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이 커지자 결국 포스코도 중국산 수입재를 막기 위한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 7월 현대제철이 선제적으로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한 데 이어 포스코도 움직인 것이다.
그동안 포스코는 중국산 수입 규제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포스코가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만큼 중국과의 무역 관계를 고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스코도 저가 중국산으로 인한 폐해가 커지자 중국산 수입 규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한의 포스코 무역통상실장은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한국 철강산업은 현재 무역보호 장치가 거의 전무한 상황으로 어떤 형태로든지 불공정무역 행위에 따른 수입재 규제는 당연히 시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의 필요성 또는 가능성에 대해서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에서는 국내 철강업계 빅2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사가 함께 중국산 수입 규제 목소리를 높인다면 보호무역 조치 도입 역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제철이 홀로 중국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까지 동참한 것”이라며 “두 회사가 목소리를 낸다면 다른 중소형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향후에는 수입 규제를 받는 철강재 범위도 넓어질 전망이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지난달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예비조사에는 3개월, 본조사에는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에야 반덤핑 관세 부과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후판의 40% 이상이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 만큼 높은 수준의 관세를 기대하고 있다.
후판 외에도 다른 철강재도 반덤핑 제소에도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으로는 열연강판이 꼽힌다. 열연강판은 올해 3분기까지 중국에서 128만 톤이 유입됐다. 전체 철강재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을 기록했으며, 냉연강판 등 다른 철강재의 소재로도 활용되기 때문에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열연강판 등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다른 제품으로도 추가로 반덤핑 제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