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확장 재정…미래세대 짐 지우는 정책 멈춰야
내년 총수입 4분의 1 나라 빚 갚는데 써야…재정건정성 위협
이재명 대통령은 "씨앗이 부족하다고 밭 묵힐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예로부터 "농민은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를 먹어 치우진 않는다"고 했다. 해서 "밭 묵힐 걱정에 씨앗 주었더니 아예 밭을 갈지도 않더라"라는 웃지 못할 얘기.
확장 재정에 대한 위기감이 몰려 오고 있다. 이건 고스란히 대한민국의 미래 빚이다. 이재명 정부의 브레이크 없는 확장 재정 기조는 거침없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728조로 잡았다. 처음으로 700조가 넘어섰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대비 8.1% 증가했지만 정부도 나라 빚을 의식했는지 이후 2027년, 2028년은 5%, 2029년은 4%로 집권시 연평균 씀씀이를 5.5%만 늘리겠다고 했다. 국민 1인당 갚아야 할 나라 빚도 2500만원에 육박했다.
IMF의 아픈 기억이 있지만 포퓰리즘에 대한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아픈 기억이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초 지출을 연평균 5.8%에 맞추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8.1%.로 늘어났다. 재정 건정성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은 기준이 뭐냐고 질책할만큼 현실 안위적었다. 결과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국가 부채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돈 풀기는 사실상 돈 놀이나 다름없다. 공짜는 없다. 씀씀이가 수입을 따라 잡지 못하면 결국 부채로 남는다. 부채는 빚이다. 갚아야 할 원금에 이자가 붙고 채무자의 신용도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난다. 결국 빚도 갚을 능력 있을 때 가능하다. 정부가 집값 잡겠다고 대출을 규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민에 주는 신호와 현재 대한민국이 가는 길은 이중행보다. 생색만 내고 책임에 대해선 말이 없다. 예측불허다. 기업은 미국의 관세전쟁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매듭지어지지 않은 관세 협상은 아직까지 신경전이다. 집만 봤을 뿐 계약서가 없는 상황이다. 고스란히 그 부담은 글로벌 시장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기업의 부담이다.
올래 대한민국이 내야 할 이자 비용은 30조4000억 원이다. 내년은 34조 4000억 원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내년 국고채 상환액은 116조3000억 원으로 국고채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만 150조7000억 원이 들어간다. 내년 한 해 총수입 예상치인 674조2000억 원의 22.4%로 4분의 1일이 빚 갚는데 들어간다.
국가 채무는 올해 말 1301조 9000억 원으로 1300조 원을 넘어서고 내년 말에는 1415조2000억 원으로 14000조 원대로 올라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도 내년 말 51.6%로 50%를 넘어선다.
주요선진국에 비해 낮은 건 사실이다. 올해 말 기준 49.1%로 113.9%인 프랑스의 절반이 안된다. 미국은 120%대, 일본은 250%쯤이다. 이를 근거로 확장 재정론자들은 "나라 빚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프랑스는 프랑, 미국은 달러, 일본 엔화를 쓰는 기축통화국이다. 같은 선상에서의 비교는 무리다.
기축통화국은 비상시 나라 빚이 늘어나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오면 자국 통화를 찍어 나라 빚을 갚을 수 있다. 하지만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나라 빚이 늘어 국가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위기 상황이 오면 자국통화로 진화가 힘들다. 일찍이 겪었던 외환위기의 재현이 올 수 있다.
비기축통화국의 부채 상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상황은 안정권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GDP 대비 일반 정부 부채 비율은 54.5%로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국 중 비기축통화국인 11국 평균 54.3%보다 높다. 한국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IMF는 대한민국 부채 비율이 2029년 말 58.4%.까지 늘어나면서 싱가포르, 이스라엘에 이어 3위에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부 펀드 투자를 위한 채권발행이 회계에 포함됐고 이스라엘은 전쟁 비용, 전쟁 피해에 따른 복지비 지출로 인한 빚이다. 사실상 대한민국이 비기축통화국 중 부채비율이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은 미래 세대의 짐이다. 이재명의 실용정부가 부채정부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의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9.1%인 국가채무 비율은 40년 후 150%대로 치솟는다.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에 발표된 전망에선 장기 채무비율이 80% 선에 그쳤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채무가 GDP의 100%가 돼도 괜찮다고 위안하지만 국제금융계에선 비기축통화국의 경우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어서면 위험 수위로 판단한다. 2010년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들은 부실 재정으로 국가신용 등급이 추락하며 혹독한 경제위기를 맞았다. 그리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은 그후 일제히 국가채무 비율을 낮췄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갈수록 생산력이 낮아진다는 현실이다.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까지 더해지면서 나랏 빚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질 모양세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하는 자산이 없거나 부족해 향후 세금 등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를 말한다. 일반회계 적자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가 대표적이다. 국가채무의 70∼80%는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이라는 의미다. 결국 국민의 몫이다.

올해 두 차례 편성된 추경 재원 역시 대부분 적자성 채무다. 2차 추경 기준 작년 결산 대비 증가한 국가채무 중 86.2%가 적자성 채무였다. 적자성 채무는 국민의 실질적 상환 부담을 가중 할 뿐만 아니라 이자 지출 증가에 따른 재정 운용의 경직성 심화로 이어진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제는 이재명 정부가 국가부채 증가보다는 성장을 끌어 올리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이다.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친노동의 정부의 청부 입법은 끊임이 없다. 대한민국 근로자는 대기업의 노조원이냐 아니냐에 따라 이미 신분과 양극화의 벼랑을 절감하고 있다. 기업보다 노조의 자유가 우선시 되면서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는 군사작전처럼 몰아치고 있다. 죽어 나는 건 기업과 협력업체다. 상생을 부르짖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의 구호를 액면으로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밥그릇의 크기를 정해 놓은 그들에게 양보를 기대하는 건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나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렵다.
양극화의 뿌리에 눈감으면서 노란봉투법, 상법, 주4.5시간 근로제를 마치 평준의 마법처럼 인식하는 하는 것은 이상한 엘리스의 나라 만큼이나 동상이몽이다. 이건 이미 소문난 대한민국 강성 노조의 전매특허다. 상생이 아니라 이용이고 착취다. 그들이 파업하면 협력업체는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걸 악용해 고용세습도 하고 협력업체에 비해 임금도 3~4배씩 더 받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에 응답한 것은 그들의 덕을 본 정부다. 할만큼 했으니 이제 다시 돌아보자. 오늘의 표를 노려 미래 세대에 짐을 지워서는 안된다. 재정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시급히 제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세대에 조금이라도 떳떳할 수 있다. '공짜'의 달콤함에 정치권과 국민이 물든 이상 법으로 규제하지 않으면 나라살림이 정상화되지 못한다. 달콤함의 끝은 '대한민국 파산'과 그에 따르는 '코리아 엑소더스'뿐이다.
경고음을 듣지 못하는 것은 정부와 집권 여당 뿐이라는 사실에 엄중해야 한다. 정치의 입법화, 정치의 사법화, 정치의 금융화를 향해 달려가는 그 끝은 모두가 늪에 빠지는 절망적 결과를 부른다. 법인세 없는 대한민국은 상상할 수도 없지만 지금 정부는 노동유연성, 규제 완화 등 구조조정은 한마디 안한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을 3%로 올린다고 한다. 기업 없이 그런 '마법의 지팡이'이가 있었다면 세상은 이미 달라졌다.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가 9일(현지시간) 사임했다. 국가채무가 GDP 대비 113%까지 늘어나자 국방비를 제외한 모든 지출을 동결하고, 공휴일을 축소하는 등 긴축 예산안을 발표했는데 하원 투표에서 불신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재정 악화를 걱정한다면 프랑스 바이루 총리처럼 사임을 각오하고서라도 쓴소리를 해야 한다. 프랑스의 혼란상은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다만 그런 용기 있는 정치인이 없는 우리 현실이 아플 뿐이다.
오만은 결국 실패를 부르고 그 실패의 부담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도에 넘치는 기업 규제를 허물고 무차별 복지를 재설계해야 한다.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을 거둬들여야 한다. 국민의 40%가 세금을 한 푼도 안내는 기형적인 세수 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가장 많이 외친 단어가 '국민·사람·경제'였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세상을 바꾼다. 부디 '빚' 없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