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유니폼만 입으면 유독 신을 내는 선수가 있다. 롯데 윤동희(21)가 그렇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막차로 합류했다. 6경기 26타석에서 1홈런 포함 10안타, 타율 0.435로 펄펄 날았다. 발탁 당시 의구심 가득했던 시선을 결과 하나로 털어냈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프리미어12 대표팀 타자 중 타격감이 가장 좋다. 8일 대만으로 출국해 10일 치른 대만프로야구팀 웨이쥐안과 평가전에서 2회말 선제 1점 홈런을 때렸다. 앞서 지난 2일 고척돔에서 열린 쿠바와 평가전 2회초 1점 홈런을 포함해 3차례 평가전에서 홀로 2홈런을 기록했다.
윤동희는 5-1 승리로 끝난 이날 평가전을 마치고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더 강해지는 데 대해 “시즌을 치를 때도 압박감이 강할 때, 예를 들어 9회나 주자가 있을 때 결과가 좋았다”며 “국제대회는 단기전이라 그런 상황이 더 많다. 그래서 그런가 싶다”고 답했다.
윤동희는 이번 시즌 타율 0.293에 14홈런, OPS 0.829를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성적이 올랐다. 득점권과 8·9회 경기 막판엔 더 강했다. 득점권 타율 0.324에 OPS 0.922를 기록했다. 8회 OPS는 1.145, 9회 OPS는 1.097에 달했다. 시즌 중 증명한 강심장 체질이 국제대회 단기전에서 그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팀은 사실상 청백전이었던 상무와 경기를 제외하고 이날 웨이쥐안까지 3차례 평가전에서 불과 4실점만 하며 탄탄한 마운드를 과시하고 있다. 과거 다른 대표팀에 비해 선발진 무게가 떨어진다는 평가지만 양질의 불펜 투수들로 만회 중이다.
반면 타선은 아직 고민이다. 타선 전반의 감각이 아직 최고조가 아니다. 1번 홍창기(LG) 3번 김도영(KIA) 등 타선의 기본 얼개만 잡았을 뿐, 4번 자리는 아직 유동적이다. 후보 중 하나인 문보경(LG)의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 류중일 감독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가장 컨디션이 좋은 윤동희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
대표팀은 13일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B조 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항저우 대회 당시 예선과 결승까지 한국 상대로 2차례 선발 등판했던 린여우민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거인 린여우민은 올해도 주로 AA리그에서 활약하며 마이너리그 104.1이닝 동안 평균자책 4.05를 기록했다.
항저우 대표팀은 린여우민에게 고전했다. 예선에서 린여우민에게 6이닝 무득점으로 막혔다. 결승에서도 5이닝 동안 2점을 뽑긴 했지만 시원하게 공략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윤동희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진다. 타선 전반이 고전하는 중에도 윤동희는 린여우민 상대로 예선 3타수 2안타, 결승 3타수 1안타로 잘 쳤다.
윤동희는 “린여우민은 워낙 좋은 투수다. 작년에 만났을 때도 공이 좋았다. 긴장 늦추지 않고 좀 더 준비하려고 한다”면서 “영상 보니까 작년보다 공이 더 좋아졌더라. 오랜만에 봐서 반갑기도 하지만, 공략해야 하는 입장이니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