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과 독서에 대한 강연을 하러 가면 유년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시리즈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학교 도서실에서 읽은 『누리야 누리야』가 얼마나 슬펐는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읽느라 꼬박 밤을 새우던 날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동안 스마트폰이 없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덕분에 책을 읽다가 우는 내 모습을 셀카로 찍어서 올리거나 등장인물에 이입해서 쓴 편지를 올리는 것 같은 소위 ‘흑역사’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었다는 뜻이다.

사실 이야기는 흑역사보다 조금 더 심각하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불안 세대』(2024)를 통해 아동의 스마트폰 노출이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핀다. 저자의 주장은 명확하다. 아이들은 현실에서는 과잉 보호를 받고 온라인에서는 과소 보호를 받는다. 몸으로 모험하고 놀이하며 몸과 정신을 발달시키는 과정은 안전을 명목으로 축소되고 전두엽 발달에 영향을 주는 스마트폰에는 제한 없이 노출된다. 인간이라는 종이 몸으로 움직이며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왔던 방식을 생각하면 거꾸로인 셈이다. 영향은 치명적이다. 정신건강은 급격히 악화되고 사회적 고립이 늘어난다.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중독에 노출된다.
인스타그램이 작년부터 14세 미만의 가입을 제한하고 14세에서 18세의 청소년 계정에 활동 제약을 둔 것은 환영할 만한 조치다. 우리가 미성년자를 술과 담배로부터 보호하는 이유는 그러한 활동이 발달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라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아이들은 자신을 계량화하게 만드는 ‘좋아요’로부터 보호받고 반대로 현실의 모험과 놀이 속에서 실패와 협상과 극복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웬만하면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볼 수 있는 곳에 흑역사를 남기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할 테고 말이다.
김겨울 작가·북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