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봄날 풍경
- 이문자
아내가
봄나물을 캔다
쑥, 냉이, 씀바귀
아이들은
논과 밭으로
깔깔대며 뛰어다닌다
봄신이 올랐나
해방 같은 봄날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봄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생각에침이 넘어간다.

이제 봄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꽁꽁 얼어 생명이 모두 죽었을 것 같던 자연은 이제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때 시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여인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이다. 특히 이른 봄철에 나오는 달래, 냉이, 씀바귀, 쑥 같은 것들은 겨우내 모자란 영양분을 보충해 주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조선시대 굶기를 밥 먹듯 하던 백성들에게 봄철의 나물은 끼니를 때우는 중요한 구황식품이었다.
전남 해남군 녹우당(綠雨堂)에 가면 조선 후기의 화가 공재(恭齋) 윤두서(尹斗緖)가 이른 봄날 나물 캐는 아낙네를 그린 <나물캐기>라는 작품이 있다. 가파르게 대각선으로 그려진 언덕과 산은 어쩌면 이 아낙네들의 팍팍한 삶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 여인은 한 손에 망태기, 한 손에 칼을 든 채 허리를 굽혀 나물을 캐고, 또 한 여인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 그림을 그린 윤두서(尹斗緖)는 자신이 양반임에도 헐벗은 백성의 삶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
여기 이문자 시인은 그의 시 <봄날 풍경>에 “아내가 봄나물을 캔다”라며, “오늘 저녁이 기대된다. / 봄나물을 넣고 끓인 된장국 / 생각에 / 침이 넘어간다.”라고 노래한다. 그러면서 ‘해방 같은 봄날’이란다. 봄을 맞아 이문자 시인은 그저 봄나물로 된장국을 끓여 먹을 생각에 ‘침이 넘어간다’라며 나물의 구황식품으로 먹던 조선의 봄이 아니라 현대의 봄을 잔잔하게 노래하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