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식 평화세상] 알록달록 진리의 책 보따리를 챙기며

2025-02-27

입춘이 지나고 오히려 더 추워진 날씨에 황성수 박사님 댁으로 책과 떡판을 가지러 가게 되었습니다. 인류와 지구 생명체 모두를 위한 보편가치를 담은 식생활인 자연식물식, 현미식물식의 길을 열어 오신 황성수 박사님께서 보시던 책과 떡판을 식물식평화세상에 기증하고 싶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하루 쉬고 귀한 시간을 내어 차량 지원을 해주시겠다는 고마운 분과 일정을 맞추었습니다.

황 박사님 댁 바로 맞은편의 이웃집 우리밀농산의 박인숙 정한길 선생님 부부는 생태적 삶을 찾는 여정에서 많은 사랑을 주신 분들이라 오랜만에 같이 찾아뵙기로 하였습니다. 두 분은 가톨릭농민회에서 우리 밀 살리기와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 오신 분들입니다. 고마운 분들을 생각하며 어떤 것으로 마음을 나눌까 고민하다가 제 마음을 가득 담은 현미떡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떡집에 말린 친환경 귤껍질과 현미를 맡겨서 무염현미귤껍질가래떡을 부탁하고, 아침에 일어나 현미찹쌀가루, 서리태콩, 껍질째호박말랭이, 말린대추채, 말린귤껍질, 속껍질째밤 등을 버무린 현미찹쌀모듬떡을 만들었습니다.

출발하기 전날 황 박사님께서는 “이곳의 기온이 낮고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대비해 오십시오.”라고 하셨는데, 경북 성주 가야산 기슭에 내리니 칼바람은 엄청 매서웠습니다. 눈 쌓인 산을 배경으로 넓은 대지의 황토집에서 ‘황성수’라는 사람책이 문을 열고 우리를 반겨주셨습니다. 추운 겨울에 방 하나만 난방을 하신다는데, 햇살이 들어온 거실에 꺼내놓은 책들이 나란히 빛나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도 저희 집에도 여유 공간이 별로 없는데, 모두 소중한 책들이라 거의 선별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챙겼습니다. 주신 책 중 자연식물식을 모를 때 읽었던 <월든>, <녹색평론> 등에 눈길이 갔을 때는 우리가 동지로 만났음에 감사했습니다. 헬렌 니어링의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같이 읽었다는 것으로도 행복했습니다. 의학, 영성, 생태적 삶, 식생활 등 여러 분야의 책이지만 그 속의 진리는 서로 통함을 책 제목을 보고 알 수 있었습니다. 참 살림꾼이신 황 박사님께서 모아두신 알록달록 보자기로 진리가 담긴 책 보따리를 쌌습니다.

주신 책을 들고 오면서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황성수 박사님께서 열어 오신 길, 이루지 못하신 꿈, 이어가야 할 일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 속에서 찾은 진리를 하나로 엮어내며 삶으로 살아오신 황성수 박사님께서는 곡식, 채소, 과일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먹는 자연식물식으로 건강, 이웃사랑, 환경보존, 생명 존중, 평등, 저비용, 지속 가능, 에너지 저소비 등 인류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보편가치의 많은 것을 실현할 수 있다는 진리의 빛을 밝혀주셨습니다. 진리로 아름다운 삶을 살며 사랑을 나누려는 과정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받았을 오해와 상처는 감히 짐작하기 어렵지만 식물식평화세상으로 함께 할 일, 이루고 싶은 꿈들을 생각하였습니다. 박사님께서 책과 함께 주신 떡판으로 떡잔치를 열어 즐겁게 함께 할 일들을 종종 만들어야겠습니다.

음식으로 병을 고쳐온 황성수힐링스쿨의 교가를 조용히 불러봅니다. “현미식물식으로 건강하게 살아요. 밥 따로 반찬 따로. 첫술은 곡식부터. 꼭꼭 씹어요. 물이 될 때까지.”

<현미찹쌀모듬떡>

*재료: 현미찹쌀가루(습식), 말린 콩, 말린 대추, 말린 귤껍질, 껍질째호박말랭이, 밤 등 친환경 재료를 잘 이용하면 설탕과 소금을 전혀 넣지 않고 몸에 좋은 떡을 만들 수 있다.

*만들기

1. 습식현미찹쌀가루를 준비한다.

2. 말린 콩은 물을 넉넉히 넣고 살짝 익힌다,

3. 말린 귤껍질과 호박말랭이는 물에 살짝 헹구어서 부드러워지면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4. 말린 대추는 깨끗이 씻어 씨를 발라낸다. 과육을 채 썰거나, 과육 두 장을 안팎이 엇갈리게 돌돌 말아서 동글납작한 꽃모양으로 썬다. 과육을 발라낸 대추씨는 생강, 귤껍질, 계피 등을 넣고 대추차로 끓여 먹으면 좋다.

5. 밤은 딱딱한 겉껍질만 벗기고, 속껍질을 붙인 채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6. 현미찹쌀가루를 손으로 골고루 비벼준다.

7. 익힌 콩과 채 썬 대추, 귤껍질, 호박말랭이 등을 찹쌀현미가루와 골고루 섞어준다. 채 썬 대추와 꽃 모양 대추는 고명으로 쓸 양을 조금 남겨둔다. 물을 약간 뿌려줄 수도 있다.

8. 찜기에 젖은 면보나 삼베보를 깔고 7의 재료들을 조금씩 가루와 속 재료들이 잘 섞이게 조심조심 담는다.

9. 잘 버무린 재료들을 찜기에 살살 뿌리듯이 담고 김이 오른 찜통에 올려 20분 정도 찐다.

10. 불을 끄고 10분 정도 잠시 뜸을 들인다.

11. 떡 담기 전 둥근 접시에 물을 살짝 둘러서 떡이 접시에 덜 달라붙지 않게 한다. 다 쪄진 떡을 보자기째 접시에 엎어내고, 떡보에 물을 묻혀서 떡을 떼어낸다.

12. 남겨둔 대추 고명으로 예쁘게 장식한다.

13. 떡을 자를 때 가위를 가장자리에서 중심으로 향하여 자르면 예쁜 꽃 모양이 된다.

이영미 식물식평화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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