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유출의 사각지대, MBK를 어쩔 것인가

2025-04-08

[전문가 기고]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 곳곳 구멍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 조항... 실효성 의문

외국인 실질 지배 MBK,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

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등 국가핵심기술 보유

사모펀드, 국내 등록만하면 손 쉽게 규제 회피

현행법상 '외국인의 지배' 정의 허술... 보완 절실

미국, 외국인 실질 지배 기준으로 핵심 기술 보호

산업기술보호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최근 입법 예고됐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벌금 상한을 기존 15억원에서 65억원으로 대폭 상향하고, 목적범에서 고의범으로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손해배상 한도를 기존의 3배에서 5배로 올렸다.

그러나 정작 산업계와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던, 외국계 자본 지배 아래 있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술 유출 방지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 사례로는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들 수 있다.

MBK는 국내에 등록된 사모펀드지만 미국 국적인 김병주 회장을 중심으로 외국계 자본이 실질적 지배를 하고 있으며, 그 주요 출자자 중 하나가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이다. MBK는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 중인데, 이 회사는 리튬 2차전지 핵심 소재인 '하이 니켈 전구제' 제조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임에도 MBK의 경영권 인수 시도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국내 법인으로 분류돼,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전 승인이나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이 ‘외국인의 지배’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허점을 보여준다.

CIC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를 넘어, 중국의 산업 정책을 대리하는 국부펀드로 평가받는다. CIC는 전 세계 2차전지 소재 기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으며, 롱바이그룹, 화유코발트, GEM, CNGR 등 중국의 주요 배터리 소재 기업들에도 출자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거나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 CATL, BYD 등과 함께 리튬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점은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CIC의 출자를 받은 MBK가 한국의 핵심 광물 및 2차전지 소재 기업에 대해 M&A를 시도할 경우, 기술 유출 우려는 단순한 가정이 아닌 현실적인 위협이 된다.

실제 과거 하이디스(하이닉스 LCD사업부)의 중국 BOE 매각 사례에서 보듯, 기술 유출은 기업 붕괴로 이어지고 경쟁국의 산업 도약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하이디스는 매각 후 수년 내에 부도 처리됐고, BOE는 LCD 생산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사례인 매그나칩 인수 시도에서도 중국계 자본은 OLED와 차량용 반도체 기술을 겨냥했으나, 미국 정부의 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외국인투자위원회)가 신청을 반려하면서 무산됐다. 이는 미국이 외국인 지배 구조를 명확히 규정하고,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의 연방규정집 CFR 800.224는 ‘외국인에 의해 통제되거나 통제될 수 있는 단체’를 외국인으로 정의하고, 실질적 지배에 기초한 규제를 적용한다.

우리 산업기술보호법 하위법령 개정안이 기술 유출 방지라는 본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려면, 외국계 자본이 지배하는 국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 조항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단순히 형식상 국내 등록 여부만으로 승인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되며, 실질 지배 여부, 특히 자금 출처와 투자자 배후를 고려한 심사 체계가 필요하다.

더불어 해외 국부펀드와 연계된 사모펀드의 국내 기술기업 인수 시에는 별도의 심의 및 제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술은 곧 국가 경쟁력이며, 이를 지키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교함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시행령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업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미국의 제도처럼 '실질 지배'를 기준으로 한 외국인 정의 조항 도입 등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보유한 고부가가치 산업기술이 사모펀드라는 경로를 통해 타국의 산업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도록, 지금이 제도 개선의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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