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학교 이야기 (2)텃밭에서 키운 무로 ‘지구를 공유하기’

2025-01-22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나?>

 “교감 선생님, 우리 김장은 언제 해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 텃밭에 심은 배추와 무가 커갈수록 아이들의 궁금증도 함께 자란다.

 “근데, 저렇게 작아도 김장을 할 수 있어요?”

“김장을 할 수 있을 만큼 배추가 자라기에는 여름이 너무 길었지? 배추는 추운 계절을 좋아하는 친구거든.”

선선해져야 하는 10월 초까지 여름이 이어진 기후 위기 여파로 우리 학교는 김장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추를 키워내지 못했다. 기껏 심어놓은 배추 모종이 볕에 타죽는 바람에 두 번이나 배추를 심는 고생을 해서인지 가을 이슬을 먹고 커가는 배추에 애정이 각별하다. 아이들의 기대와 바람을 어떻게 충족시켜 줄 수 있을까? 선생님들과 텃밭의 배추와 무를 어떻게 할지 머리를 맞댔다.

 “그냥 하나씩 가져가라고 할까요? 쌈 싸 먹으면 맛있잖아요. 그나저나 기후 위기가 멀리 있는 일인 줄 알았는데 작년에는 금사과, 올해는 금배추. 정말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네요.”

“그래도 아이들이 직접 키운건데 학교에서 뭐라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며칠 전에 엄마가 배추전 부쳐 주셨는데 맛있던데요? 우리도 애들이랑 배추전, 무전 부쳐 해 먹어봐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배추전이 놀라울 정도로 맛있었다는 2학년 선생님의 제안으로 텃밭의 배추와 무를 이용해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사전활동-무전을 먹으려면?>

 “무전도 있어요? 그림을 어떻게 그려요?”

자치 공간에 붙은 방을 보고, 아이들이 술렁인다. 학교에서 처음으로 하는 텃밭 요리 활동인지라 사전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담임 선생님을 졸라서 무밭으로 달려간다. 튼실한 무를 뽑아서 도화지 앞에 펼쳐두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한참을 궁리한 끝에 멋진 작품들이 탄생한다. 그렇게 무를 오랫동안 바라볼수록 아이들은 무가 더욱 궁금해진다.

<요리활동-이렇게 하는 거군요!>

 드디어, 무전을 먹는 날! 지구별을 사랑하는 우리 덕과 아이들은 각자 개인 식기를 준비해서 요리 활동에 참여했다. 무를 자르고, 밀가루를 묻혀 계란물에 적신 무를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익힌다. 교실 복도가 무전이 익어가는 행복한 냄새로 가득하다.

 “이게 끝이에요? 왜 이렇게 간단해요? 집에 가서 엄마한테 해드릴 거예요!”

 무전이 익어가는 동안 군침을 삼키면서 집에 계신 부모님을 생각하는 멋진 친구들이다. “무라서 아무 맛도 안날 줄 알았는데, 엄청 고소하고, 맛있어요. 또 먹어도 돼요?”먹기 전에 시쿤둥 했던 혜선이는 무전을 더 먹으려고 긴 줄을 또 서서 기다린다. “저 배추전 좋아하는데 배추전도 해도 돼요?”서아는 커다란 배춧잎을 프라이팬에 올리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교감 선생님 덕분에 학교에서 이런 걸 다 해보네요. 무전을 생전 처음 부쳐보고, 먹어봤는데 진짜 맛있네요. 우리 애들은 정말 행복하겠어요. 이렇게 맛있는 간식을 손수 해 먹어보다니!”덕과의 터줏대감이신 교무 선생님도 행복해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으신다.

 <사후활동-무전 어땠어?>

 무전을 먹은 아이들과 소감을 나누어 봤다. 직접 무를 뽑고 관찰한 뒤에, 조심스레 자르고, 뜨거운 프라이팬에 익혀보는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신선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생태텃밭 요리 활동에 대한 관심과 반응도 뜨거웠다.

 “텃밭에서 키운 것으로는 삼겹살이나 구워먹고 끝냈는데, 이렇게 긴 호흡으로 수업을 이어나가 본 것은 처음이에요. 키운 것들을 관찰하고 그리고, 궁리해서 글을 써보는 활동들은 아주 멋진 수업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 텃밭에서 아이들과 어떤 수업을 할지 감이 조금 와요.”1학년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이 그린 놀라운 무 그림과 생생한 관찰글을 보고 충격을 받으신 모양이다. 그 신선한 충격 때문이었는지 선생님의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결국, 지구를 구해야죠!>

 맛있는 무전을 먹은 아이들은 텃밭으로 달려가 집에 가져갈 무들을 하나씩 뽑아 가방에 고이 모신다. 이제 그 무는 더 이상 조막만한 작은 무가 아니라. 달큰하고 고소하고 짭쪼름한 추억을 선사해 준 지구의 선물로 기억될 것이다.

 “1회용품을 쓰지 않는 요리 활동도 너무 좋았어요. 지구를 위해 무언가를 한 기분이에요. 작은 것부터 당장 실천하게 되니 참 뿌듯해요. 올해는 지구가 너무 늦게까지 더워서 배추랑 무가 잘 크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배추가 잘 자라서 김장을 했으면 좋겠어요. 내년이 너무 기대 돼요. 내년에는 부디 늦더위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4학년 선생님의 바람대로 내년에는 부디 지구가 덜 아프길, 그래서 우리 덕과 친구들이 생태텃밭에서 기른 건강한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진영란 덕과초 교감

저작권자 © 전북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