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의 식물식평화세상] 동물권 수업 후 돼지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며

2025-01-23

늘봄학교 식물식 요리 수업 전날 단체 문자로 수업 안내문을 보내는데 한 학생의 어머니가 영어로 답을 보냈습니다. 단체 문자에 답을 보내주는 것도 고마운데 특별히 영어로 따뜻하게 답장을 줘서 감사했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식물식 요리 수업에서 요리 전에 그림책을 보고 느낌 표현하기를 하는데, 처음 참가한 학생의 그림이 아주 놀라웠습니다. 주변의 아이들이 그 아이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말로는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방학 중에도 한글을 개별 지도해 준다고 했습니다. 그 담임 선생님이 저도 아는 분이라서 아이들과 함께 만든 현미 강정을 들고 가서 이야기를 나누며 그 아이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인 엄마는 아주 사려 깊고 학교 행사에도 잘 참여하는데 한국어를 잘 못해서 주로 영어로 소통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아주 폭력적이라서 온 가족들이 피신 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아이의 아빠는 아이가 학교에서 정규수업 외에 배우는 것을 못 배우게 하는 바람에 아빠의 동의가 필요한 방과 후 수업은 참여를 못 하고 그렇지 않은 늘봄 수업에는 참여를 한답니다. 담임 선생님의 세심한 가르침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늦게 한글을 깨우친 아이는 글씨를 참 예쁘게 쓰고 그림은 탁월한 재능이 보였습니다. 담임 선생님이 보여준 초등 1학년 아이 일기장에는 건축가가 꿈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 가게 되는데 새로 만날 담임 선생님에게 그 아이를 부탁하겠다고 했습니다.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가 만든 현미 강정 만들기 수업내용과 사진을 보내드렸더니 기뻐하며 감사의 답을 주었습니다. 문득 작년 1학기 저의 동물권 식물식 수업 후 학교급식에서 다문화가정 한 아이가 돼지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 일화를 담임 선생님이 말해 준 기억이 났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돼지고기를 안 먹겠다고 한 아이라고 했습니다. 그때 수업에서 공장식 축산의 돼지가 불행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그림책으로 살펴보고, 식물식 요리로는 ‘돼지를 구출하는 쌈밥’ 만들기를 했습니다. 쌈밥에 돼지고기나 동물성 음식을 넣지 않고도 맛있게 먹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요. 제 마음을 잘 받아준 아이가 참 고맙습니다.

또래보다 한국어 표현이 늦고, 몸이 작고, 엄마가 외국인이고, 아빠의 가정 폭력이 심한 가운데서도 해맑게 웃으며 그림으로 마음을 자세히 표현할 수 있는 아이, 처음 먹어본 현미 강정을 친구들에게는 주고 가족들에게는 주지 않고 혼자 먹겠다는 개구쟁이 아이가 따뜻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현미 강정 만들기>

✤ 준비물: 볶은 현미(현미밥을 쪄서 볶은 것) 300g, 현미조청200g

✤ 만들기

1. 달군 팬에 현미조청을 넣고 중불에서 끓인다.

2. 조청이 풀리면서 끓으면 볶은 현미를 넣고 잘 섞어준다.

3. 2의 재료를 평평한 곳에 붓고 나무 방망이 등으로 밀어서 단단하게 굳히거나, 종이호일로 감싸서 손바닥으로 단단하게 굳힌다.

4. 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이영미 식물식평화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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