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무거워 기업들의 활력을 떨어트리고 있다는 경제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통해 이처럼 지적했다. 상의가 상속세 개선 필요성에 대한 근거로 든 5가지 이유는 △기업 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둔화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 △이중과세 △탈세 가능성 등이다. 앞서 정부는 올해 7월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기업 최대주주 할증과세(20%)를 폐지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으나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 통과가 어려운 실정이다.
상의는 우선 상속세 부담이 너무 커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여기에 최대주주 20% 할증이 적용될 경우 세율이 60%까지 뛰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경제협력기구(OECD) 38개국 중 가장 높고 OECD 평균인 26%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높은 세율이다.
문제는 이같은 막대한 세금을 현금으로 마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령 1000억 원 가치 회사 지분 100%를 물려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세대 경영자는 600억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지분 자체를 시장에 팔거나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지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투기 세력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2세까지는 어떤식으로든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지만 3세부터는 경영권 승계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며 "기업의 미래에 투자할 유인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기업 승계를 부(富)의 대물림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술과 일자리의 대물림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게 상의의 제언이다.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도전의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다. 승계를 추진하고 있는 2·3세 경영인 입장에서는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돼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와 주가 부양 등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들이 납부한 상속세 결정세액은 총 19조3000억 원으로 2012년(1조8000억원) 대비 10배 넘게 증가했다.
이밖에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했을 경우 생존한 배우자가 부동산 등 재산을 이어받는 과정에서 1차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이 배우자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2차로 상속세를 내야 하는 이중과세 문제와 기업인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일감몰아주기 등 탈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탈세 유인 등이 과도한 상속세의 폐해라고 상의 측은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전세게 기업들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기업에게만 지나친 부담을 지워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