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대문형무소 찾은 아이는 독립운동가들의 외침을 들었을까

2025-03-05

일제강점기 때 태어났더라면 나도 독립운동을 했을까.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친구들과 이런 가정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무조건 했을 거라고 하기에는 걸리는 구석이 많았다.

옳은 일이니 해야 한다는 명제와는 별개로 상상 속에서도 겁이 났다. 잡혀간 이후의 결론은 뻔한 것이었다. 구타, 고문, 죽음 같은 단어들이 이어졌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무섭다는 마음이 다투다 결국 적당히 타협해 숨어서 태극기를 그리는 정도라도 하자며 이야기를 끝냈다.

제106주년 3·1절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은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빛 한 줄기 안 들어오는 독방을, 벽에 빽빽한 수형 기록표에 붙어 있는 앳된 얼굴을, 사형수들이 붙잡고 통곡했다는 나무 그루터기를 보며 잡혀온 많은 이의 흔적을 떠올렸을까.

태극기 머리핀을 꽂고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던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100여년 전 그들이 들었던 태극기의 의미를 그려봤을까. 어쩌면 용감히 태극기를 흔드는 상상을 했을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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