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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여론 조작을 다룬 영화 ‘댓글부대’(2024)에는 한 여대생이 악성 댓글로 자살에 내몰리는 일화가 나온다. 그를 SNS 유명인사로 띄우는 과정부터가 극 중 공작의 출발점이다. 칭찬 댓글이 교묘한 ‘악플’로 돌변한다. 낙폭이 클수록 충격도 커진다. 힘든 내색 않고 알아서 열심히 해온 성격이 그를 더 고립시킨다.
개봉 후 실화 같다는 공감이 뒤따랐다. 실제 악성 유튜버, 황색언론의 작동 원리가 이와 흡사하다. 사랑받은 스타의 반전 스캔들일수록 ‘조회 수 장사’의 먹잇감이 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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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상을 떠난 영화 ‘아저씨’(사진)의 천재 아역 출신 김새론도 3년 전 음주운전 이후 악플에 시달렸다. 음주운전은 잘못이지만, 비슷한 범행을 발뺌하고 결백을 주장했던 다른 공인들보다 오히려 사과하고 해명한 그가 더 사이버렉카의 손쉬운 타깃으로 전락했다. 한 연예 유튜버가 주도한 거짓 자숙 프레임이 부정적 여론을 키웠다. 언론의 자극적 보도도 사태를 부추겼다. 그의 복귀 시도는 번번이 좌초됐다.
조작으로 몰렸던 그의 생활고는 이제 와서야 힘겨웠던 속사정이 밝혀졌다. 음주 사고 후 그가 피해 상점 수십 곳을 방문해 직접 사과했다는 사실과 함께다. 생전 고인을 집요하게 괴롭혔던 문제의 유튜버는 비보 이후 관련 영상을 모두 비공개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를 받아쓴 기사들이 버젓이 증거로 남아있다.
죽음은 돌이킬 수 없다. 또 다른 비극은 막아야 한다. 무분별한 ‘손가락 살인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부터 개정해야 한다. ‘공인에겐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는 그릇된 인식도 바꿀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