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서클은 현대인들이 흔히 경험하는 증상으로, 흔히 단순 피로나 미용적 문제로만 여겨진다. 실제 다크서클은 대부분 수면 부족, 만성적인 스트레스, 자외선 노출, 탈수,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전반과 연관된다. 그러나 충분히 쉬어도 사라지지 않는 다크서클은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눈 밑의 어두운 그림자는 때로 알레르기, 아토피피부염, 빈혈, 신장질환 등 우리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레르기비염 환자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알레르기성 다크서클'은 청자색을 띤다. 알레르기 항원이 콧속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면 조직이 부어오르고, 이는 눈 밑 정맥과 연결된 코 내부 정맥의 배출을 막는다. 결과적으로 정맥 혈류가 정체되어 울혈이 생기고, 이 정체된 검붉은 정맥혈이 얇은 눈꺼풀 피부를 통해 비치면서 푸르게 보이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알레르기 샤이너’라고 부른다. 알레르기성 다크서클을 구별하려면 동반 증상을 따져봐야 한다. 만성적인 코막힘, 콧물, 재채기, 눈과 코의 가려움증이 동반되고 계절이나 환경에 따라 증상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 알레르기성 다크서클을 의심할 수 있다. 치료는 알레르기를 조절하는 것이 핵심이다. 원인 항원 검사 후 회피 요법을 시행하고, 경구용 항히스타민제와 비강 내 스테로이드 스프레이 등의 약물치료를 시도한다. 눈을 비비는 습관 교정은 필수적이다. 그 밖에 혈관 수축을 유도하는 냉찜질, 수면 시 머리를 높이는 자세와 같은 보조요법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피부 질환도 다크서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환자는 염증 후 색소침착으로 갈색이나 회색의 다크서클이 생길 수 있다. 극심한 가려움증으로 눈 주위를 무의식 중에 반복해서 비비거나 긁는 경우가 많은데, 자극과 만성 염증이 멜라닌 세포를 활성화시켜 과도한 색소 생성을 유발한다. 이런 만성적인 마찰은 피부를 두껍게 만드는 태선화를 일으켜 다크서클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다. 아토피피부염이 있을 때 다크서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은 2단계로 나뉜다. 먼저 가려움이 생길 때 긁는 악순환을 차단해 새로운 색소침착을 예방해야 한다. 충분한 양의 보습제를 수시로 바르고, 스테로이드와 달리 피부 위축이나 녹내장을 유발하지 않는 국소 칼시뉴린 억제제를 사용하면 염증을 조절할 수 있다. 보습제는 세안 후 3분 이내에 바르는 것이 좋다. 염증이 안정된 후에는 색소침착 개선에 집중한다. 순한 미백 성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자외선차단제를 매일 사용해 색소침착 악화를 막는다.
창백한 얼굴과 함께 나타나는 다크서클은 빈혈을 의심할 수 있다. 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 감소로 얼굴 전체가 창백해지면서 눈 밑이 상대적으로 더 어둡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성 피로, 어지러움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는데, 혈액검사 결과 빈혈이 확인되면 원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하다. 신장질환이 있으면 아침에 유독 심한 눈 주위 부종이 다크서클처럼 보일 수 있다. 이는 색소침착이 아니라, 붓기로 인한 그림자와 혈관 충혈로 어둡게 보이는 것이다. 신기능이 저하되면 체액이 저류되고 단백뇨로 인한 저알부민혈증이 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증상과 함께 다리 부종, 거품뇨, 소변색 변화가 생기면 즉시 신기능 평가가 필요하다.

노화로 인한 구조적 다크서클도 흔하다. 눈 밑 지방의 돌출이나 눈물고랑의 함몰이 그림자를 만들고, 잔주름이 미세한 그림자를 만든다. 노화가 원인인 경우 피부색은 정상이며, 조명 각도에 따라 심해 보이거나 옅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필러나 레이저 시술, 심한 경우 수술적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그레이브스병과 연관된 ‘갑상선 안병증’은 안구 뒤 조직의 염증과 부종으로 인한 안구 돌출과 눈꺼풀 후퇴로 깊은 그림자를 만들고 심계항진, 체중감소와 같은 갑상선기능항진 증상이 동반된다.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계열의 녹내장 안약도 눈 주위 색소침착을 유발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지방이 위축되어 눈이 퀭해 보이는 현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화장품이나 매니큐어 성분에 의한 접촉피부염도 간과하기 쉬운 다크서클의 원인이다.
다크서클이 질환의 신호인지 판단하는 핵심은 △갑작스러운 발생 △한쪽 눈에만 발생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 △특징적인 색상 변화(청보라색·갈색·창백함) △동반 증상의 유무다. 이미 다크서클이 생겼다면 눈꺼풀 피부를 부드럽게 당겨보는 ‘피부 당김 검사'로 원인을 자가 진단해볼 수 있다. 색이 옅어지거나 짙어지지 않고 피부와 함께 그대로 늘어난다면 색소침착, 옅어지면 구조적 그림자, 오히려 짙어지거나 푸른 빛이 두드러지면 혈관성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