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무기화 전략이 현실화하면서 K푸드 인기로 분위기가 좋았던 식품업계가 노심초사다. 미국이 오는 4일부터 중국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인근 동맹국까지 최대 25%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국도 미국의 관세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한국 식품업계는 미국 시장을 등에 업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농식품 수출액은 99억8000만 달러(약 14조5538억원)로, 역대 최대다. 미국 덕이 컸다. 지난해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5억9290만 달러(약 2조3229억원)로,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15.9%를 차지한다.
미국이 캐나다‧멕시코(25%)처럼 한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선다면 K푸드의 가격 경쟁력이 뚝 떨어진다. 예컨대 미국에서 한 개에 2000원에 팔고 있는 불닭볶음면에 25% 관세를 붙이면 가격은 2500원이 된다. 미국 내 판매 가격을 유지하려면 결국 늘어난 관세만큼 이익을 줄여야 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 가격을 갑자기 올리면 소비 저항감이 생겨 잘 팔리지 않게 돼 관세가 올라도 바로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며 “당장은 마진을 줄이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 업계는 현지 생산 외에는 관세 타격을 피할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요 식품업체들이 앞 다퉈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이유다. CJ는 이미 미국에만 21개의 공장이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사우스다코다 주에 7000억원을 들여 ‘북미 아시안 푸드’ 신공장 건립 계획을 밝혔다. SPC그룹도 텍사스 주에 미국 첫 제빵 공장을 짓는다. 농심, 풀무원, 대상 등도 캘리포니아‧로스엔젤레스(LA)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팔면 관세를 피할 수 있고 운송비용을 아낄 수 있는 데다 현지 시설 투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을 누릴 수 있다.
현지 공장 설립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체들은 관세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 한곳 지으려면 적어도 천억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고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려면 완공 후 10년은 걸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경우 2021년 미국판매법인을 설립했지만, 아직 현지 생산시설은 갖추지 않았다.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단일 품목 매출이 연 400억원을 웃돌면 (현지) 제조 공장 건설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재는 수출 1~3위 국가인 미국·중국·일본 의존도가 전체 농식품 수출액의 절반 수준이다. 정대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 농식품 수출은 수출 대상국이 집중화되어 있어 해당 국가의 정치·경제환경 변화나 기후에 따른 수급 변화 등에 따른 수출 변동성이 크다”며 “위험을 분산하고 안정적인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해외시장 개척·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