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피해보상, 아랫집은 ‘일배책’ 우리집은 ‘급배수’

2025-12-05

머니 주치의

요즘 부동산시장에는 ‘얼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추운 날씨에 차가운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 사람을 일컬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고 한다. 이런 표현을 활용한 ‘얼신’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도 얼어 죽어도 신축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요즘 신축 아파트의 대단지 규모, 최신 커뮤니티 시설, 넓은 주차장, 고급 인테리어 등이 선호 이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순히 구축의 불편함과 신축의 화려함이 ‘얼신’ 현상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확률적으로 구축건물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겪고 싶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바로 ‘누수’와 ‘동파 사고’다.  최근 발표된 전국 건축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물의 약 44%가 준공 30년이 지난 ‘노후 건축물’이다. 게다가 주거용 건축물만 보면 그 비율은 53.8%에 달하며, 그중 대부분이 아파트로 구성돼 있다. 즉, 우리 주변 아파트 절반 이상이 이미 ‘노후 아파트’라는 사실은 곧 겨울철 배관 동파나 급배수 누수 사고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누수 사고가 발생하면 어떤 보험으로 해결이 가능할지, 어떤 손해까지 보상이 되는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 겨울철 누수는 원인도 다양하고 책임의 주체도 달라, 상황별로 적용되는 보험이 다르다. 대표적으로 4가지 경우를 정확히 구분해두면 실제 사고 때 훨씬 수월하게 대응할 수 있다.

내 집에서 발생한 누수로 인해 아랫집의 벽지·바닥·가구 등이 젖거나 손상되는 경우, 이는 명확한 ‘타인의 재산 피해’에 해당한다. 이때는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일배책)’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일배책은 타인에게 끼친 피해를 보상하기 때문에, 내 집수리비용은 보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사고 당 1억원 한도로 보상하고, 누수 대물사고는 1사고 당 50만원의 자기부담금이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타인의 신체나 재물에 대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과 손해방지비용 등을 보상하는 특약이다. 따라서 업무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책임은 보상에서 제외되며, 해당 사고로 인해 발생한 타인의 손해만 보상하기 때문에 피보험자가 입은 손해는 보상되지 않는다.

실제 아랫집 화장실에서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을 받은 A씨는 즉시 전문가에게 점검을 의뢰했다. 결과는 A씨 집 욕실 바닥 방수층 문제와 배수구 주변 누수로 확인이 되었다. 바닥 전체 방수와 유가 방수, 줄눈 재시공 등 필요한 공사를 진행하니 총 150만원의 비용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이 비용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에서 보상이 된다. 아랫집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방수보수 비용은 해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A집 욕실 방수를 위해 타일을 전체 수리하여 새로 시공한 경우에는 이 타일 시공비는 보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공사를 진행하기 전에 어디까지 보험 보상이 가능한지 확인한 후 착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택의 누수로 인해 아래층에 발생한 피해의 복구 비용(도배, 장판 등) 및 손해방지비용 등은 일상생활배상책임특약에서 보상해 주지만 내 집(피보험자)에 발생한 피해 복구 비용은 보상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보장이 급배수설비누출손해 특약이다. 급배수관의 파열, 누출로 인해 내 집에 발생한 내부 마감재(벽지, 천장 등), 바닥재, 가구, 전자제품 등 보험의 목적에 생긴 직접적인 피해를 복구하는 비용을 보상한다. 단, 급배수설비 자체의 수리비나 배관 교체 비용 등은 일반적으로 보상하지 않는다.

그럼 빌려준 집에서 누수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내가 집주인(임대인)이고, 세입자에게 빌려준 집에서 누수가 발생해 아랫집 피해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때 책임 구분이 모호해 보일 수 있지만, 원칙은 다음과 같다. 누수의 원인이 건물 설비의 노후나 하자 때문이라면 이는 집주인(임대인)의 책임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아랫집 피해는 임대인의 일상생활배상책임 또는 임대인배상책임 특약으로 보상이 가능하다. 만일 거주 주택 외에 빌려준 주택이 있다면 임대인배상책임특약을 따로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누수의 원인이 건물 설비의 노후나 하자가 아니라면? 세입자라도 부주의로 누수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세탁기 호스 미연결, 욕실 배수구 막힘 방치, 외출 시 난방 완전 차단으로 동파 등으로 누수나 동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아랫집에 피해가 생긴다면, 이런 경우는 세입자 본인의 과실이므로 세입자가 가입한 일상생활배상책임으로 아랫집 피해를 보상한다. 세입자가 가해자이므로 보험 청구 주체도 세입자가 된다. 또 임차주택 복구비용은 세입자가 따로 처리해야 한다.

누수 사고는 아랫집까지 손해를 끼치게 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큰 사고다. 상황에 따라 책임 주체와 보상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처음에 어떤 보험을 활용해야 하는지 내가 맞게 가입하고 있는지 헷갈리기 쉽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파악이 가장 중요하며, 공사 전에 보험사의 보상 가능 여부를 확인하면 불필요한 자기 부담을 막을 수 있다. 누수는 작은 틈에서 시작되지만, 손해는 크게 번질 수 있으니, 상황별로 어떤 보험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고 대비해두자.

홍승희 머니랜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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