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빼내도 간첩 처벌 못해… 법안 논의 재개 촉각

2025-11-05

鄭법무, 간첩법 개정 건의 추진

간첩죄 ‘적국’ 한정… OECD 유일

北 국가 인정 안해 사실상 사문화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간첩법’(형법 98조)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여당에 공식 건의하기로 한 것은 현행 간첩법은 이름과 달리 사실상 그 어떤 간첩도 처벌할 수 없는, 사실상 무용지물 법안이기 때문이다. 국가기밀이나 군사시설 등 정보는 물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폴더블 기술 같은 핵심 산업기술이 외국에 털려도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법망 미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법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간첩법 적용 범위를 ‘적국’으로 한정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의 ‘적국’은 사실상 정전협정을 맺은 북한뿐이다. 그런데 우리 법 체계상 북한은 ‘국가’가 아닌 ‘반국가단체’로 해석된다. 만약 북한 간첩에 간첩법을 적용할 경우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국가보안법을 대신 적용 중이다. 결과적으로 간첩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외국 간첩은 없는 셈이다. 법 조문상 ‘적국’을 ‘외국’으로 고치자는 주장이 지속돼 온 이유다.

지난해 1억6000만원을 받고 군 정보요원 신상정보를 통째 중국에 넘겼다가 적발된 군무원(전 국군정보사령부 공작팀장)은 간첩죄 대신 일반이적·군사기밀보호법을 적용받았다. 국가정보원과 각종 군사시설을 드론으로 항공 촬영했다가 적발된 해외 유학생들한테도 간첩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유사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종석 국정원장은 지난 6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에 대한 적대적 탐지를 전부 다 나름대로 죄로써 다스릴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간첩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임 국정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9월 간첩법 개정안 대표발의에 앞선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통과돼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장이 간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역사상 첫 사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의원 시절 각각 간첩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 장경태·박선원 의원과 김병주 최고위원 등이 같은 취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하나의 법안으로 통합·수정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정원 방첩국장을 역임한 유창준 전 국장은 통화에서 “간첩법 개정은 보수·진보와는 관계없는 안보 사안인 만큼 꼭 실현돼야 한다”며 “법 개정만으로도 국내에 들어와 있는 상당한 외국 세력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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