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치아 운하에 뛰어든 한 영국 커플이 휴가 첫날부터 쫓겨나는 굴욕을 겪었다.
15일(현지시간) BBC와 CNN 등에 따르면, 35세 영국 남성과 25세 루마니아 국적의 여자친구는 산마르코 광장 인근 아카데미아 다리에서 물에 뛰어들었다가 곤돌리에들의 제보로 경찰에 붙잡혔다.
현장에 출동한 당국은 이들을 운하에서 끌어낸 뒤 각각 450유로(한화 약 73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48시간 동안 베네치아 출입을 금지했다. 이 조치는 올해 들어 관광객의 무질서 행위로 내려진 1136번째 추방 명령이었다.
베네치아 시의원 엘리사베타 페세는 성명을 통해 "도시를 존중하지 않는 자들로부터 베네치아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곤돌리에들의 빠른 신고와 협조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과 성숙한 방문객 모두의 품위를 보장하는 것이 곧 도시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베네치아 운하는 선박 통행량이 많고 수질 문제까지 겹쳐 수영이 엄격히 금지돼 있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일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시 당국에 따르면 올해 추방 조치 중 약 10건이 운하 수영과 관련된 사건이었다.
실제 2024년 7월에도 호주 남성이 리알토 다리에서 다이빙을 했다가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벌금과 함께 추방당했다. 2023년에는 프랑스 관광객 2명이 나체로 수영하다 처벌을 받았고, 2022년에는 독일인이 운하에서 서핑을 하다 적발됐다.

시 경찰 관계자는 "관광객들의 무질서하고 비문명적인 행동은 과잉관광(overtourism)이 낳은 최악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라며 "사건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다. 성수기와 여름 주말에는 1인당 10유로(한화 약 1만 6000원)의 입장료를 부과하고, 25명 이상 단체 관광과 확성기·메가폰 사용, 좁은 골목에서의 단체 설명도 전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