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존엄사법 22대서 재발의… 웰다잉 범국민 운동 나설 것" [웰다잉기획⑥]

2024-10-08

<편집자 註> 고령화 등으로 지난해 사망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은 한국은 죽음이 흔한 사회다. 고령사회의 화두인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 고조는 이에 대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죽음을 기피하는 정서 또한 강하다. 웰다잉에 대한 관심에 비해 존엄한 죽음으로 가는 과정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 준비가 소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누구나 삶의 아름다운 마지막을 꿈꾸지만 냉정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지금, NGO저널은 대한웰다잉협회와 공동기획으로 진정한 웰다잉의 의미와 현실의 문제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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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이 2022년 발의하신 '조력존업사법'은 어떤 법안인지 소개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웰다잉과 관련해 22대 국회에서의 활동 계획도 들려주십시오.

조력존엄사법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환자가 자신의 삶을 품위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조력존엄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며, 대상자로 결정되더라도 1개월이 경과하고 담당의사 1인과 전문의 2인에게 조력존엄사를 희망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경우에야 이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가 돼 소위에서 논의가 됐습니다만, 의사단체와 종교계 일부에서 반대가 심해 통과를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만, 소위 의료선진국인 대한민국에서 치유가 불가능한 말기환자를 돕는 이런 법들이 선제적으로 만들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12개주와 스위스, 네덜란드 등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인권을 중요시하는 독일과 같은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만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국민 100명 중 87명이 찬성할 만큼 국민적 관심이 상당히 고조돼 있어 22대 국회가 열리면 곧바로 재발의하여 통과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예정입니다. 아울러 전국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서비스를 확대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를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 의원님께서 특별히 웰다잉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지요?

몇 해 전 어머니께서 소천하시면서 존엄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이야기 나누며 추억도 쌓고 삶을 평안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하는데 7남매가 찬성하고 당사자인 어머니도 원하는데 의사가 법적으로 안 된다며 퇴원을 못하게 하더군요.

결국 가족들과 원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병원에서 삶을 마무리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말기 환자가 존엄하고 평화롭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에게 단순히 삶을 연장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본인의 의지로 삶을 종결하고자 하는 환자들에게는 이를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말기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여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하게 된 것입니다.

삶이 귀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죽음도 존귀한 것입니다. 웰다잉은 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것으로서 결코 생명을 경시하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입니다. 웰다잉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이며 이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생각입니다.

-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면 결국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8년 안락사가 합법인 네덜란드에서 우울증을 앓던 20대 여성 안락사를 두고 현지에서 논란이 일었고요.

현지법상 안락사를 신청하려면 말기암 등 회복이 어려운 질병을 앓거나 극단적인 고통을 겪고 있어야 하는데, 이 여성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그 기준에 맞느냐를 두고 네덜란드 국민 사이에서도 논쟁이 거셌다고 합니다. 종교계 등 일각에서 법의 악용을 우려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의원님 생각과, 양측 대립을 어떻게 해소해가며 이 문제를 풀어야할지 해법을 들려주십시오.

인간은 경험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유일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의료 선진국에서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안락사를 허용한 사례는 저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발의한 조력존엄사법은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으며 말씀하신 네덜란드의 사례는 제가 발의한 법안에 의해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 네덜란드 29세 여성 조라야 터 비크가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2020년 12월에 조력 사망을 요청했으며, 2024년 5월 17일 법적으로 최종 허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논란이 일었음)

종교계 등 일각에서 법의 악용을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지적입니다. 그러나 조력존엄사법은 철저한 심사와 절차를 통해 이러한 우려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혹자는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워 누가 어느 세월에 결정하겠느냐고 좀 더 쉽게 해달라는 요구까지 할 정도입니다.

법안은 목적의 정당성 못지 않게 절차와 과정이 촘촘히 짜여 있기 때문에 남용되거나 악용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조력존엄사법은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말기 환자들이 고통 속에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 조력존엄사(또는 안락사)가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이 손쉽게 자살을 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력존엄사에 대한 우려 중 하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치료 대신 조력존엄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조력존엄사법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들에게만 적용되며 말기 암 등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환자가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조력존엄사법은 심사위원회와 세 명 이상의 의료 전문가의 검토와 승인을 거쳐야 하며, 환자의 의사가 명확히 표현되고 지속적으로 확인된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환자가 경제적 압박 때문에 조력존엄사를 선택하는 것을 방지하는 중요한 절차이지요.

가난한 사람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상황은 조력존엄사법이 아니라 사회복지와 의료시스템의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의료선진국이고 사회안전망이 굉장히 촘촘하기 때문에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 우려는 기우라고 생각합니다. 조력존엄사법은 말기 환자의 고통을 경감하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 의원님이 생각하시는 '품위 있는 죽음'이란 어떤 것인가요?

자기 삶을 사랑하듯 죽음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해야한다고 봅니다. 품위있는 죽음이라기보다는 인생의 마무리를 의미있게 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의 삶이 존귀하듯 동일선상에서 죽음도 삶과 같이 존귀해야 하니까요.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개인은 찰나의 순간을 살고 가는 것이니 고통 속에서 홀로 떨어져 외롭게 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품 안에서 할 말은 하고 마무리를 짓고 가는 것이 의미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품위 있는 죽음이란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죽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아닌 환자가 자신의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최대한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보장받는 것을 뜻합니다. 고통을 최소화하고 환자와 가족이 함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력존엄사법과 같은 법안이 필요한 것이지요.

- 웰다잉 문화 정착과 관련해 한말씀 해주십시오.

국회와 정부 또 시민단체 그리고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의사 학자 전문가들 다양한 사회 세력들이 TF팀을 구성해 깊이 있는 연구를 더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생각하는 방향과 바라보는 시선이 각기 다른 이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면 최선의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조력존엄사법 발의가 처음부터 수월하게 통과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먼저 강하게 문제제기를 한다는 의미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삶의 질이 더 좋아지도록 만들기 위함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범국민적 TF팀을 국회에 조직하여 웰다잉과 관련해 조각으로 흩어져 있는 내용들을 모자이크 하듯 짜서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운동도 병행할 생각입니다. 웰다잉과 관련해 사회적으로 심도있는 논의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웰다잉 문화의 정착은 우리 사회가 더욱 성숙해지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죽음을 준비하고 존중하는 문화는 개인의 존엄성과 삶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웰다잉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와 함께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합니다. 웰다잉 문화를 통해 모든 이가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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