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단체 휴학 허용...법치적 측면에서 의정양방 문제 있어"

2024-10-07

법조인, 정부 정책 절차상 문제와 대학교육 개입 문제점 지적

전공의·의대생 집단사직-휴학도 적법성 따져볼 필요성 있어

학칙 개정 통한 '동맹휴학' 불허용 소급적용 가능성도 높아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지금 문제는 법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결정 절차도 문제가 있고, 전공의와 의대생의 단체사직과 휴학도 문제가 있다" 의료전문변호사 A씨의 말이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되자 정부는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게 채찍을 꺼내 들었다. 지난 6일 교육부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새학기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휴학을 승인하고, 복귀하지 않을 경우 유급·제적 등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또 내년도 입학 신입생과 올해 휴학에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강신청 및 분반 우선권을 부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도 꺼내들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관은 7일 해당 방안이 일률적인 대책이 아니라 각 대학이 원할 경우 학생의 조기 졸업을 지원하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발표가 있자 의료계는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의료계 주요단체(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 대한의사협회)들은 6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 발표를 "위헌"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헌법 제31조 4항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정부가 침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대학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닌 학생과 교육기관 간의 계약관계이므로 휴학 조건을 정부가 규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대학교 학칙 제66조(휴학)를 둘러보면 정치적 목적을 띤 동맹휴학을 금하는 항목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휴학기간은 방학을 포함해 1회에 1년 이내의 학기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2년 이상 휴학 기간을 인정해주는 경우는 군, 창업, 임신·출산, 육아, 질병, 권고휴학의 경우다.

연세대학교 규정집의 경우 제35조(일반휴학)를 살펴보면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질병, 임신·출산·육아, 가사, 창업, 입대 등을 사유로 휴학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신입생 등은 상기 사유 외의 목적으로 입학 후 첫 1학기 동안 휴학을 불허하는 원칙이 있다. 이 경우 올해 초에 단체 사직한 연세대 의대 예과 1학년생들은 규정집을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A의료전문변호사는 7일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재 정부와 의대생 어느 쪽 편을 들어 얘기하기가 조심스러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의 절차적 적법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의대 교육과정을 줄이는 문제도 추후 문제를 낳을 것이다. 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집단사직과 휴학 역시 법치주의적 측면에 봤을 때 맞는지도 확언하기 어렵다. 각 대학마다 학칙이 다를 것이며 정치적 목적을 이유로 한 단체휴학을 허용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변호사는 "만약 그러한 학칙이 없다면 교육부가 각 대학에 관련 규정을 신설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형사처벌의 경우 불이익을 주기 위한 법률 제정의 소급적용을 금지하지만, 행정적인 사유는 소급할 소지가 있다. 내년 3월 복학을 목적으로 의정대치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내년도까지 복학하지 않는 학생에 대해 제적 처리할 것이란 경고에 대해서는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나? 교육부 발표의 목적은 학생들을 복귀시키기 위한 채찍이기 때문에 그렇게 대규모 제적처리를 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고 봤다.

그는 "의정 양방의 불신의 골이 아주 깊은 상황"이라며 "제일 중요한 것은 법치주의인데 정부의 정책 진행 과정에서 절차적인 적법성이 있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또 이를 반대하는 전공의나 의대생들도 규칙을 다 지켰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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