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그룹이 그룹 내 주요 축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차기 CEO 선정을 마무리 지었다. 두 은행 모두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부산은행은 '안정', 경남은행은 '변화'를 택하며 내부통제가 두 회사 수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지은 것으로 분석된다.
BNK금융그룹은 지난 17일 자회사CEO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를 열고 BNK부산은행 등 자회사 5곳에 대한 대표이사 최종후보를 추천했다고 밝혔다. BNK금융 자추위는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과 정영석·최경수·서수덕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있다.
BNK금융 자추위는 CEO 교체 대상인 계열사 5곳 중 3곳의 CEO 교체를 결정하며 '안정 속 변화'를 택했다. 방성빈 부산은행장과 김성주 BNK캐피탈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BNK경남은행, BNK자산운용, BNK신용정보는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지난해 BNK금융의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수장 연임에 희비가 엇갈린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1년 연임에 성공했으나 예경탁 행장은 2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후임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두 행장은 빈대인 회장 체제로 전환된 뒤 선임돼 빈 회장의 임기 초반부터 함께 손발을 맞춘 인물이다.
방 행장의 경우 지난해 실적 회복과 더불어 부산시금고 제1금고를 지켜낸 점이 연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부산시금고 유치는 24년 만에 경쟁입찰이 이뤄진 만큼 수도권 시중은행들의 도전이 거셌으나 부산은행이 주금고로 재선정됐다.
실적의 경우 임기 첫 해인 2023년에는 전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16.8% 감소했으나 지난해는 전년 대비 20.2% 늘어난 4555억원을 기록해 4000억원대를 회복했다.
BNK금융 측은 "부산은행은 조직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중시해 방 행장의 연임을 확정했다"며 "기존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예 행장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두고도 대규모 횡령사건이 연임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전년 대비 23% 늘어난 316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호실적이 이어지며 경남은행이 그룹 전체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6.5%에서 2024년 33.6%로 7.1%p 늘어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더욱 키웠다.
단 BNK금융은 경남은행에의 새로운 리더로 김태한 부행장보를 내정했다. 김 부행장보는 추후 경남은행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되며 임기는 2027년 3월까지 2년이다.
BNK금융 측은 "후배 직원들을 위해 길을 열어주고자 예경탁 은행장이 용퇴를 결심한 가운데 경남은행은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조직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경남은행의 세대교체에는 앞서 2023년 9월 불거진 3000억원대 횡령사고 여파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경남은행이 자체 감사에서 파악한 횡령 규모는 78억원이었으나 금감원과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횡령 규모는 3098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단일 횡령액 기준 국내에서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금융위는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징계에 해당하는 부동산 PF 6개월 영업정지 제재를 확정했다.
예 행장은 횡령사고가 실제로 일어난 기간인 2009년부터 2022년 경남은행장을 맡지 않았던 만큼 임직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횡령사고 규모가 컸던 만큼 책임을 지고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빈대인 회장도 앞서 '내부통제 강화'를 여러 차례 주문한 바 있다. 빈 회장은 지난해 7월 하반기 정기인사 후 전송한 사내 공문에서 "금융사고는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으로 재발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엄정 조치할 것"이라며 '무관용의 원칙'을 밝혔다.
BNK금융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CEO 추천 과정에서 자추위 위원들은 투명성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었다" 며 "계열사별 특성을 고려한 균형감 있는 인사로 조직의 안정성과 성장 동력을 함께 확보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